기승전성용

전주 | 이정호 기자 2021. 2. 28.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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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FC 서울 기성용(아래 가운데)이 지난 2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전북 현대전을 뛰고 있다. 연합뉴스
디펜딩 챔프 전북·FC서울 빅매치
개막전 시선 온통 ‘한곳’으로
기성용, 경기 끝난 뒤 회견 자청
성폭력 주장 ‘단호한 대응’ 의지

2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FC서울의 K리그1 2021 공식 개막전. ‘디펜딩 챔피언’ 전북과 올 시즌 다크호스로 주목받는 서울 간 빅매치였다. 전북 김상식 감독의 사령탑 데뷔 무대이기도 했고, 지난해까지 광주FC를 이끌던 박진섭 감독에겐 서울 데뷔전으로 볼거리가 풍성했다. 그러나 이날 취재석을 넘치도록 채운 미디어의 시선은 기성용의 일거수일투족으로 집중됐다.

선수들이 경기장 안에서 워밍업을 시작하자 카메라가 일제히 기성용으로 향했다. 방송 카메라도 기성용의 움직임을 담느라 분주했다.

서울 박진섭 감독이 경기 전 기성용의 선발 출전을 예고하면서 그라운드 밖 취재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한국축구 간판스타인 기성용은 시즌 개막을 일주일도 안 남긴 시점에서 초등생 시절 축구부 숙소에서 후배 2명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는 폭로가 나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기성용 측은 이를 전면 부인하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날 선발 출전은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하는 행보로 읽을 수 있었다.

기성용은 경기 시작 전 양팀 선수들 가운데 가장 먼저 그라운드를 밟았다. 챔피언 전북을 맞이하는 박수부터, 주장 간의 예의도 갖추는 경기 전 행사도 빠지지 않았다.

기성용은 지난해 7월 유럽 생활을 마무리한 뒤 친정팀으로 복귀했다.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은 기성용은 명예회복을 다짐하며 시즌 개막을 준비했지만, 예상치 못한 논란에 휘말렸다.

전반적으로 몸은 무거운 듯했다. 서울은 0-0이던 전반 36분 만에 기성용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박 감독은 경기 뒤 “컨디션이 조금 좋지 않아 보여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리그 5연패에 도전하는 전북은 이날 서울을 2-0으로 제압하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그렇지만 경기 뒤에도 화제의 중심은 기성용이었다. 취재진의 관심 속에 기성용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보통 승리팀 수훈선수가 나와 인터뷰하는 시간에 서울이 전북의 양해를 얻은 뒤 “기성용이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한다”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성용은 잠시 물을 들이켜고는 작심한 듯 말을 시작했다. 폭로자(C·D)들의 일방적인 거짓 주장에 단호하게 맞서겠다는 강한 의지가 전달됐다. 그는 “제가 먼저 인터뷰 요청을 한 것은 뒤에 숨고 싶지 않아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저와는 무관한 일이고, 절대로 그런 행위를 한 적이 없다. 피해자 측의 증언에 대해 절대로 인정할 수도 없다. 차마 내 입에 담기도 불쾌하다”고 말했다.

최근 폭로자의 변호인이 주장하고 있는 기성용 측의 피해자 협박, 회유에 대해서는 분노했다. “증거를 대라”며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그는 “기사가 처음 나온 날 폭로자를 잘 안다는 후배 하나가 아는 선배를 통해 연락을 해왔다”며 “폭로자 측이 ‘나를 조용히 만나서 사과를 받고 싶다’고 하길래, 나는 ‘사과할 것도, 미안할 것도 없다. 너희가 먼저 사과하고, 인정하면 내가 선처하겠다’”고 말했다.

또 “나중에 이 후배가 ‘그래도 직속 후배고, 같은 축구인으로 잘못을 인정하면 용서해주면 안 되겠냐’고 하길래 (사과)인터뷰를 기다려줬다. 다음날까지 기다렸는데, 이제 와서 다른 말을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아울러 “10~20년 연락도 안 한 친구, 후배들까지 증언해주겠다고 한다. 당당하기 때문에 뒤로 숨지 않겠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에 폭로자 측 변호사는 “기성용이 원하는 대로 조만간 증거 전체를 공개하겠다”며 맞섰다.

전주 |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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