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 확률 높여라'..가족 계좌 총동원, SK바이오사이언스 열풍
[경향신문]
SK바이오사이언스 IPO 앞둬
자녀 계좌 만들려 2시간 대기
“수익률 변동성 커 거품 주의”
지난 26일 오후 3시, 서울 양천구 목동 미래에셋대우 투자센터에는 30명이 넘는 고객들이 영업종료 30분을 앞두고 여전히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는 9~10일 일반투자자 청약을 앞둔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 투자용 계좌를 개설하려는 이들이 상당수였다. 한 매니저는 “2시간 대기는 기본”이라며 “오전 8시30분 영업 시작인데 8시부터 줄을 많이 선다”고 말했다. 지난달 계좌를 만든 김모씨(34)는 “증권사에서 1시간30분 넘게 대기해 자녀 명의의 계좌도 함께 만들었다”며 “아이 몫으로 들었던 주택청약저축 금액을 줄여서 우량 공모주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공모주를 계좌 수에 따라 받는 ‘균등배정’ 청약 방식이 도입돼 개인투자 문턱이 낮아지면서 계좌 개설 열기가 뜨겁다.
상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는 SK바이오사이언스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위탁 생산하는데 예상 시가총액은 5조원, 공모 금액만 1조4817억원이다.
상당한 경쟁률이 예상되는 만큼 9일 확정되는 공모가액은 시장의 예상 최고가액인 6만5000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소 청약단위 10주의 청약증거금 50%만 내면 되므로 32만5000원으로 최소 1주를 받을 수 있다.
과거 카카오게임즈·SK바이오팜·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의 경우 ‘목돈’ 규모에 비례했던 일반투자자 청약제도가 ‘돈 놓고 돈 먹기’라는 비판을 받자, 일반청약자 배정물량 최대 25% 중 절반 이상을 증거금 규모에 상관없이 똑같이 나누도록 제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계좌 수’가 많을수록 청약에 유리해지자 자녀를 비롯한 가족까지 동원해 계좌 수를 늘리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에는 ‘대어’들의 IPO가 예고된 터라 일반청약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에는 카카오의 생활금융 플랫폼 자회사인 카카오페이, 하반기에는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LG화학에서 분리한 LG에너지솔루션이 공모주 청약을 앞두고 있다. 5년간 평균 400~500 대 1에 머물렀던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지난해 평균 975 대 1로 급등했는데 올해는 개인투자 문턱이 낮아지면서 이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 역시 IPO 열풍 지속의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투자 열기가 과열될수록 가격 거품이 낄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IPO시장에 참여하는 개인투자자의 규모 자체가 커졌고 투자자 저변이 확대돼 시장에 활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높은 수익률만 바라보고 IPO시장에 참여하는 개인투자자가 과도하게 많아질 수 있고 이는 시장이 과열될 때 더욱 심화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0월 상장했던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상장 첫날 공모가(13만5000원)의 두 배가 넘는 35만1000원을 찍은 뒤 곧장 시초가 밑으로 고꾸라지면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수익률을 실현한 투자자들이 주식을 대거 매도하면서 주가가 폭락한 것이다.
이처럼 공모주 수익률만 바라보고 투자했다가는 개인투자자 피해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다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보호예수물량이 풀리는 시기에는 수익률 변동성이 클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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