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1병에 2명더" "감염 생길 모험".. K주사기 묘수냐 악수냐

[코로나 백신 접종]
당국 "특수 제작한 주사기로 가능"
전문가 "백신 충분하다면서 왜.."

방역 당국이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바이알(병)당 접종 인원을 현장에서 1∼2명 늘릴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의 공문./연합뉴스

방역 당국이 코로나 백신 1병당 접종 인원을 1~2명 더 늘릴 수 있도록 허용해 의료 현장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방역 당국은 국내 주사기 업체들이 백신 잔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수 제작한 ‘최소 잔여형 주사기'(LDS)를 쓰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에선 “정부가 백신 접종 횟수를 늘리려고 모험하다 백신 오염, 대량 감염 사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방역 당국은 27일 코로나 백신 접종 현장에 ‘백신 1병당 접종 권고 인원수를 접종한 후 잔여량이 남으면 폐기해야 하지만, 최소 잔여형 주사기를 사용하면 남은 백신으로 추가 접종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이날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이틀째, 화이자 백신은 처음 접종된 날이다. 통상 코로나 백신은 1병에 접종 정량보다 조금 더 많은 양의 백신이 담긴다. 주사기로 추출하는 과정에서 백신이 일부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주사기와 최소 잔여형(LDS:Low Dead Space)주사기

식염수에 희석해서 쓰는 화이자는 1병당 원액 0.45mL, 식염수 희석 포함해 총 2.25mL 분량이다. 1회 접종에 0.3mL를 쓰기 때문에 산술적으로는 7.5회 접종분이다. 그러나 화이자사(社)는 6회 접종을 권고하고, 우리 식약처도 같은 조건으로 허가했다. 1병에 6.5mL가 든 아스트라제네카의 1회 접종량은 0.5mL이다. 산술적으로 13회 접종량이 1병에 담겼지만, 아스트라제네카사는 10회 접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업체들이 개발한 주사기를 쓰면 접종 때 백신 손실을 최소로 줄이기 때문에 1병당 화이자는 1회, 아스트라제네카는 1~2회 더 맞힐 수 있는 백신 분량이 남아, 이것을 사용하면 된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은 “27일 화이자를 접종해보니 대부분 1병당 1회 접종량인 0.3mL가 남았다”며 “(국내 주사기 접종이) 숙달되면 남은 백신으로도 추가 접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의료계 일각에선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교수는 “예컨대 화이자 1병에 1회 접종량에 약간 못 미치는 0.28mL가 남을 경우 부족한 양을 채우기 위해 기존 용기에서 백신을 추출한 주사기로 새로운 용기에서 백신을 추출하는 행위를 하면 오염이 일어나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자칫 오염 사태가 발생하면 백신 접종률이 뚝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접종 현장이 백신 잔여량 때문에 너무 빡빡하게 돌아가면 피로도가 높아지고 오류가 생겨 다른 의료 사고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정부는 백신이 국내에 충분히 도입된다고 했는데 ‘백신 쥐어짜기’ 시도를 하며 논란을 더 만드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