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쭉날쭉' 미인증 체온계 여전히 활개

박지원 2021. 2. 28.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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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34)씨는 얼마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을 지키기 위해 손님의 체온을 재던 중 이상함을 느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공공시설은 물론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도 체온 측정이 일상이 됐지만, 온라인에서 체온계를 가장한 미인증 제품이 널리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체온계 수요가 늘면서 수많은 미인증 제품이 시중에 유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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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서 버젓이 판매
식약처 인증 제품만 체온계 지칭
쇼핑몰서 '온도 측정기' 속여 팔아
판매 글만 믿고 구매한 자영업자
"확진자 제대로 못 가려내.. 아찔"
전문가 "시장서 완전 퇴출 필요"
지난해 7월 서울세관이 압수한 불법 수입 체온계. 서울세관 제공
경기도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34)씨는 얼마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을 지키기 위해 손님의 체온을 재던 중 이상함을 느꼈다. 체온을 재는 사람마다 모두 34도로 나온 것이다. 체온계가 고장났나 싶어 온라인 후기 등을 살펴보던 그는 해당 제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이란 것을 알게 됐다. 유명 온라인 쇼핑몰에서 ‘체온계’란 단어를 검색해 구입한 제품이지만, 공식적으로 체온계란 이름을 쓸 수도 없는 온도 측정기기였다. 이씨는 “미인증 체온계가 있는 줄도 몰랐다. 속은 기분”이라며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장사가 잘 안되는데 발열 증상을 제대로 못 가려내 가게에서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나오면 어떻게 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공공시설은 물론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도 체온 측정이 일상이 됐지만, 온라인에서 체온계를 가장한 미인증 제품이 널리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인증 제품은 체온 측정의 정확도를 떨어뜨려 방역 구멍을 넓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식약처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의료기기로 인증된 인체용 체온계는 약 90여종이다. 의료기기 인증을 받지 않은 온도 측정기기는 공산품으로 판매할 수는 있지만 ‘체온계‘라고 지칭하거나 광고해서는 안된다. 질병관리청 역시 개인의 정확한 체온을 측정할 때는 인증된 체온계를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체온계 수요가 늘면서 수많은 미인증 제품이 시중에 유통됐다. 지난해 서울시는 중국산 무허가 체온계 등 미인증 체온계 3만여개를 적발했는데, 이 중 1900여개는 약국과 요양원 등에 팔린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실이 전국 보건소 221곳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112곳에서 미인증 체온계를 사용 중이었다.

방역당국에서 미인증 체온계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온라인에서는 미인증 제품들이 버젓이 ‘체온계’란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실제 이날 온라인 포털사이트 쇼핑 페이지에서 체온계라며 판매되고 있는 제품의 상세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식약처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이 많았다. 제품 판매글만 봐서는 인증 제품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어려워 이런 차이를 잘 모르는 소비자들은 미인증 온도 측정기를 구입하기 쉬운 상황이다.

이 같은 미인증 제품은 정확도가 떨어져 방역 대응을 어렵게 만든다. 식약처가 인증한 체온계의 오차 허용 범위는 36∼39도에서 플러스 마이너스 0.2도, 39도 초과에서는 플러스 마이너스 0.3도로 제한되지만, 상당수 미인증 제품의 오차 범위는 이를 훌쩍 넘어선다. 서울시의 조사 결과 미인증 제품 중에는 오차 범위가 플러스 마이너스 1도인 제품이 많았고, 일부 제품은 최대 4도까지 오류가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관계자는 “당시 적발된 무허가 온도 측정 기기의 가장 큰 문제는 별다른 시간차 없이 동일한 조건에서 동일인의 체온을 측정했음에도 잴 때마다 체온이 다르게 나오는 등 불안정한 결과를 보였다는 점”이라며 “인증받은 체온계와 비교해보니 오차범위가 허용치가 커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성능이 담보되지 않은 체온계가 무분별하게 판매되는 상황이 코로나19 방역 구멍을 만든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발열 증상이 있는 사람들을 가리기 위해 체온을 재는 건데 체온을 제대로 알 수 없는 체온계로 측정한다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며 “무허가 체온계가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될 수 있도록 단속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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