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가정보국 "사우디 왕세자가 카슈끄지 암살 승인"

정재영 2021. 2. 28.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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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을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승인한 것이라고 판단한 기밀 보고서를 공개했다.

카슈끄지가 설립한 미국의 인권단체 '아랍 세계를 위한 민주주의'(DAWN)는 "바이든 정부의 투명성에 감사한다"면서도 "책임자인 사우디 왕세자에 대해 제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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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쪽 분량 '기밀보고서' 공개
바이든행정부, 왕세자 개입 확인
제재 대상에선 제외돼 논란 불러
무기 최대 구매 등 美와 관계 고려
사우디 인사 76명 대상 비자 제한
인권단체 등선 "왕세자 제재해야"
바이든 대통령(왼쪽), 무함마드 왕세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을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승인한 것이라고 판단한 기밀 보고서를 공개했다. 카슈끄지 사건에 눈감았던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와 달리 무함마드 왕세자의 개입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제재 대상에서 왕세자가 제외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미 국가정보국(DNI)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공개한 4쪽 분량의 기밀해제 보고서에서 “우리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를 생포하거나 살해하는 작전을 승인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사우디 왕실을 비판한 반체제 인사였던 카슈끄지는 2018년 10월 터키 이스탄불 사우디 영사관에서 잔혹한 방식으로 살해됐고, 시신도 발견되지 않았다. 당초 사우디 왕가와 가까웠던 카슈끄지는 2017년 왕세자로 지명된 무함마드가 억압정책을 취하자 그때부터 비판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카슈끄지는 재혼해 터키 이스탄불에 정착하기로 했는데 국적 증명 서류를 위해 이스탄불 사우디 영사관을 방문했다가 행방불명됐다. 결국 사우디에서 온 암살단에 잔혹하게 살해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국제사회 비난에 직면한 사우디 법원은 카슈끄지를 죽인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8명에게 징역 7∼20년형을 지난해 9월 확정했다. 유엔 조사단 등은 왕세자가 배후라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사우디 정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DNI는 하지만 이번 보고서에서 “왕세자는 2017년 이후 안보와 정보 기구에 절대적 통제권을 행사했다”며 “사우디 관료들이 왕세자 승인 없이 이런 작전을 수행했을 가능성이 매우 작다”고 적었다. 사건 당시 이스탄불에 도착한 암살단 15명 중에는 왕세자의 측근 보좌관이 이끄는 조직과 관련된 당국자들이 포함됐는데, 이 측근은 2018년 중반 “왕세자 승인 없이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아울러 왕실경비대에서 왕세자를 경호하는 신속개입군 소속 요원 7명도 암살단에 포함돼 있었다.

미국은 보고서 발표 직후 76명의 사우디 시민권자에게 비자 제한을 가하겠다고 밝혔다. 사우디 정보국의 전직 부국장 아흐메드 알아시리를 제재하고, 왕실경비대 신속개입군도 제재 대상에 올렸다. 하지만 제재 대상에 무함마드 왕세자의 이름은 없었다.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때와 다른 행보를 보이긴 했으나 사우디와의 친밀한 관계 때문에 제재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후보 시절 “카슈끄지 암살은 왕세자 명령에 따른 것이라고 믿는다”며 “그들이 대가를 치르고 ‘버림받은 사람’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백악관 주인이 된 뒤에 미국산 무기 최대 구매국이자 대이란 대응에서 중요한 사우디와의 관계를 우선 고려했다는 지적이다.

WP는 27일 “바이든 행정부의 보고서 공개는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를 더욱 긴장시킬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왕세자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카슈끄지가 설립한 미국의 인권단체 ‘아랍 세계를 위한 민주주의’(DAWN)는 “바이든 정부의 투명성에 감사한다”면서도 “책임자인 사우디 왕세자에 대해 제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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