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오리온 이어 농심, 식품 해외매출 '1조 클럽' 가입

이호승,김효혜,강민호 2021. 2. 2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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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화하는 K푸드 ② ◆

인스타그램에 #KoreanRamyun(Ramen)과 #ShinRamyun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전 세계에서 한국 라면을 즐기는 모습이 10만개 가까이 나온다. 유튜브에는 매운맛으로 유명한 불닭볶음면 관련 영상만 100만건에 달한다. '한국 라면을 먹어봤다' 수준을 넘어 자신만의 재료와 요리법을 더해 레시피를 재창조하는 외국인들도 쉽게 볼 수 있다.

K푸드 인기 속에서 지난해 한국 식품 기업들은 코로나19 속에서도 글로벌 사업으로 큰 폭의 성장을 이뤄냈다. 비비고 만두는 철저한 현지화로 만두 단 한 품목으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섰고, 그중 3분의 2가 해외에서 나왔다. 농심은 대표 상품인 신라면이 해외에서 4000억원이 훨씬 넘는 매출을 올린 데 힘입어 지난해 처음으로 해외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식품 기업 중 해외에서 1조원 넘게 벌어들이는 기업에 CJ제일제당, 오리온 다음으로 등극해 'K푸드 3대 대장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28일 식품업계 자료를 취합하면 이들 3개 기업 해외 매출 합계는 6조6000억원이 넘어 전년(약 5조3500억원)보다 24% 늘었다. 이 같은 성장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성권 세종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맛, 향 등 K푸드만의 특징을 살리고 고유의 발효 기술과 전통음식을 활용하거나 가정간편식(HMR), 밀키트, 대체육 등 신기술을 접목하는 등 다양한 각도에서 해외에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호승 기자 / 김효혜 기자]

"짜파구리 좋아요" BTS 열혈 팬 미국배우도 K푸드에 빠졌다

비비고 만두, 야채비중 높여
돼지지방 많은 中과 차별화
신라면, 저가공략 日과 달리
가격 높이고 면·수프 별도포장

초코파이, 베트남 제사상 올라
쎄봉은 국민빵으로 인기몰이

할리우드 배우·외국 셰프들
SNS서 K푸드 극찬도 한몫
BTS 열혈팬의 짜파구리 요리 K푸드 붐으로 일반인뿐 아니라 해외 유명 연예인들 가운데서도 K푸드 팬이 늘고 있다. 미국의 배우 겸 가수 오브리 밀러가 유튜브 동영상에서 짜파구리 요리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 LA한국문화원 유튜브]
"비비고 만두 어디서 사나요, 캐나다에서도 비비고 살 수 있나요, 비비고 만두를 어떻게 요리하죠?"

구글이나 인스타그램에 'bibigo mandu'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영어로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해외 집밥 수요가 늘면서 미국에선 만두를 식사대용으로 즐기는 인구가 늘고 있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다양한 조리법을 공유하는 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K푸드가 전성시대를 맞았다. 불과 1~3년 남짓한 시간 CJ제일제당의 비비고만두, 농심의 신라면과 짜파게티·너구리,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등은 이제 세계인들이 즐기는 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베트남에선 제사상에 오를 정도이고 '쎄봉'은 국민빵으로 대접받는다. 국내 식품업체 대부분은 지난해 해외 사업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CJ제일제당은 4조1297억원의 해외 매출을 올려 전년보다 31% 성장했다.

농심과 삼양식품, 오리온, 대상 등 주요 식품 기업도 대부분 두 자릿수 신장세를 기록했다. 삼양식품은 수출액이 전체 매출의 50%를 훌쩍 넘는다. 대상의 종가집 김치와 고추장 수출액은 각각 5850만달러, 2100만달러로 전년 대비 36%, 43% 성장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농식품 수출액은 75억7000만달러(약 8조2210억원)로 2019년보다 7.7% 증가했다. 라면 수출액은 지난해 처음으로 6억달러를 넘겼다.

전 세계적으로 집밥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라면과 만두 등 한국 식품이 인기를 끌었다.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K푸드 인기에 한몫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유명 셰프나 연예인, 인플루언서들은 물론 일반인도 K푸드를 즐기는 모습이 공유되며 저변이 크게 확대됐다.

일례로 평소 방탄소년단 지민의 열혈 팬으로 유명한 미국 배우 겸 가수 오브리 밀러는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 요리법 영상을 자신의 SNS에 올려 공유하며 화제를 모았다. 오브리 밀러는 야채로 속을 채운 편수 만두를 빚거나 다양한 한국 과자를 맛보는 영상을 제작하는가 하면, 최근엔 할리우드 배우 디 월리스와 함께 떡볶이 요리 홍보영상을 만드는 등 한국 문화와 요리에 관심을 보였다.

K푸드의 인기는 단순히 한류나 SNS의 덕만은 아니다. 철저한 현지화와 차별화, 고급화에 성공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비비고 만두는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면서도 철저한 현지화와 차별화 전략을 택했다. 돼지고기 대신 칼로리가 낮은 닭고기를 사용하고, 히스패닉 문화 영향으로 미국인에게 익숙한 실란트로(고수)를 넣었다. 사이즈도 한입 크기로 줄였다. 피가 두껍고 돼지 지방을 많이 넣는 중국식 덤플링(만두)과 차별화해 얇은 피에 살코기와 야채, 두부 비중을 높이고 품질 좋은 재료를 사용해 레스토랑 수준의 건강식 이미지를 만들었다.

CJ제일제당 미국법인 관계자는 "비비고 만두는 야채 비중이 높아 자주 먹어도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전했다. 특히 증숙과정(냉동 전 찌는 단계) 없이 바로 냉동하는 중국식 덤플링과 달리 미리 증숙과정을 거쳐 찜·수프·프라이 등 다양한 형태로 조리가 가능하고, 고추장 등 소스와도 곁들여 먹기 좋게 만들었다. 이 덕분에 비비고 만두는 2016년엔 미국 시장에서 25년간 1위를 지켜온 중국 만두 링링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신라면은 한국식 독특한 매운맛을 고수해 동남아시아나 일본, 중국 라면과 차별화하면서 고급화 전략을 동시에 구사했다. 미국 내 다른 외국 라면과 비교하면 양이 많아 든든함을 더했고 면발 양념 없이 면과 수프, 건더기를 따로 구성해 개인 입맛대로 변형이 가능하도록 했다. 일본 라면이 저소득층 소비자들을 주 타깃으로 삼아 3~4개들이 한 팩에 1달러에 판매했다면 신라면은 개당 1달러 안팎의 고급화 전략을 택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K푸드 붐을 이어나가기 위해선 '제2의 비비고만두' '제2의 신라면' 등이 계속해서 나와야 한다고 주문한다. CJ제일제당은 미주시장에서 만두를 이을 차세대 K푸드로 한식 치킨, 햇반, 김, 고추장 등을 꼽고 이를 육성 중이다. 오리온은 중국에서 기능성 표시 식품 브랜드인 닥터유 제품 판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호승 기자 / 김효혜 기자 /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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