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학생 '무늬만 지역인재'로 지방 의대 못간다

고민서 2021. 2. 28.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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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지방대 의학계열·로스쿨 지역인재 의무화
고교소재지·실거주요건 강화
2027년부턴 출신지 제한까지
비수도권 중학교 나와야 인정
의무화 선발비율은 아직 미정
올해 입학한 국립대 의대 7곳
지역인재전형 10%가 수도권
2023학년도 대입부터 지방대학의 의·치·한의대와 약학대학, 간호계열을 비롯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등 전문대학원의 지역인재 선발이 의무화된다. 지금은 일정 비율 이상 지역 인재를 선발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법으로 비율까지 명시해 지방대의 지역 우수인재 유입을 적극 유인하겠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교육부는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관계부처 및 비수도권 14개 시도와 합동으로 수립한 '제2차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2021~2025)'을 28일 발표했다.

우선 정부는 지역인재 유출에 대응하고자 '지방대육성법'(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지방대 의·약·간호계열과 전문대학원의 지역인재 선발 의무 규정을 두는 한편, 지역인재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다만 의무화에 따른 선발 비율이 현행 권고 비율(의대 30% 이상·로스쿨 20% 이상, 강원·제주 의대 15% 이상·로스쿨 10% 이상)을 그대로 따를지는 미지수다. 교육부 관계자는 "향후 의견 수렴을 거쳐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의무 비율을 확정지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역인재 선발 기준도 강화된다. 로스쿨 등 전문대학원은 지금처럼 해당 지역의 지방대를 졸업하면 지역인재전형에 지원할 수 있지만, 지방대 의·약·간호계열에는 중학교 소재지 등 추가 단서가 붙었다. 현행 지역인재 선발에선 '해당 지역 고교 졸업자'면 지원이 가능했으나, 2022년 중학교 신입생이 대학에 들어가는 2028학년도부터는 아예 '비수도권 중학교와 해당 지역의 고교를 졸업하고 재학기간 내 학교가 소재한 지역에 거주한 학생'만 지원자격을 갖게 된다.

가령 서울에 있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지역의 전국단위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들어간 학생은 해당 지역 의대에서 실시하는 지역인재 선발 모집에 지원할 수 없다는 얘기다.

교육부는 "단순히 지방의 전국단위 자사고를 다니며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이더라도 본가가 수도권에 있는 경우라면 지방 실거주로 보지 않고 관련 규정을 개선할 것"이라며 "거주 요건에 있어 주민등록 소재지로 할지, 부모 거주 요건을 적용할지 등을 검토해 시행령에 추가 단서를 붙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대부분의 지방 대학에서는 해당 지역 고등학교 출신 학생으로 지역인재 선발 제한을 두고 있는데, 보기 드물게 전북대가 2021학년도 입시에서 학생은 물론, 부모 중 한 명도 해당 지역에 거주해야만 지원할 수 있도록 기준을 높였다.

이는 이른바 '편법 지역인재' 논란을 막겠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은 지방 의대의 지역인재전형 합격자 현황을 공개하며 제도가 훼손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강 의원은 "지방대 의대는 해당 지역에 정주하면서 지역 의료여건 개선에 공헌할 충분한 유인이 있는 지역 '연고'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한데, 현행법에선 자격 요건을 느슨하게 규정하는 제도의 맹점을 이용해 무늬만 지역인재가 난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강 의원이 공개한 '2021학년도 국립대 의과대학 9개교 지역인재전형 최종 등록자의 출신 지역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립대 의대 7곳에서 지역인재전형으로 최종 등록한 228명 중 타 지역 출신은 22명이었다. 이 중 20명이 수도권 출신 학생이었다. 특히 3개 대학에서는 지역인재전형을 통한 최종 등록자의 10% 이상이 타 지역 출신 학생이었다. 일례로 충남대 의대의 경우 2021학년도 대입에서 지역인재전형 최종 등록자는 49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9명(18.4%)은 전원 서울·경기 출신이었다.

이외에도 정부는 이번 지방대 육성 기본계획에서 국가장학금 체제를 개선해 지방대 자체 장학제도 구축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 채용 비율을 내년까지 30%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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