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민심 바로미터 송파.."부동산정책 심판" vs "야당 성에 안차"
유권자 최대 관심사는 집값
"재건축 확대할 시장 원해"
인물선거 하겠다는 시민들
"이번시장은 도덕성 따질것"
"코로나 대책 與가 더 열심"
"재난지원금 요식행위" 비판도
◆ 4·7 재보선 사전투표 D-31 ◆
28일 탄천 강변을 마주한 삼전동 한양아파트 일대. 이곳에서 만난 50대 어린이집 버스기사 김 모씨는 "세금을 너무 많이 올려놔서 집을 살 수도 팔 수도 없다"며 한숨부터 쏟아냈다. 여당 지지세가 비교적 강했던 삼전동 민심도 예전 같지 않다는 주민들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송파에서 20년째 거주하며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박재연 씨(61)는 "여당으로 권력이 너무 기울어지니까 야당을 배려하지 않고 오만해졌다"며 "미용실을 하다 보면 손님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데 정권에 불만을 가진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를 고수한 주민도 있었다. 40대 주부 김 모씨와 양 모씨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정책 일관성을 돕기 위해 민주당 후보를 뽑겠다"며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은 안타깝지만 업무 공과에 대한 평가는 별개 문제"라고 지적했다.
송파는 '강남 3구'에 속하면서 헬리오시티,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부촌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보수진영 텃밭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하지만 거여·마천·위례 등 외곽지역 개발이 본격 진행되면서 젊은층 인구가 크게 늘어나 정치 지형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 외곽에 자리 잡은 송파병은 19대 총선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보수의 손을 들어준 적이 없다. 반면 삼전동과 가락동 등을 끼고 있는 송파을은 15대 총선부터 진보·보수 양측을 번갈아 뽑아준 대표적인 스윙보터 지역이다.
이런 가운데 재난지원금도 바닥 민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모님이 운영하는 코인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 중이던 김다희 씨(21)는 "영업을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며 "민주당이 열심히 대책을 세워주고 있는 반면 국민의힘은 재난지원금 지급에 발목만 잡는 것 같아 민주당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재난지원금은 너무 요식행위 같은 느낌이 든다"며 "호남 출신이고 누굴 지지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민주당을 찍어왔다"고 말한 40대 떡집 가게 주인도 있었다.
인물 투표를 하겠다는 유권자 역시 상당히 많았다. 은퇴를 앞두고 있다는 60대 남성 김 모씨는 "원래는 안철수 지지자였는데 지금은 이미 새 정치 느낌이 없고 옛날 사람이 다 됐다"면서 "나경원·오세훈 후보는 지역구에서도 낙선한 인물인데 서울시장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20대 남자 배달원 두 명은 "박원순 성추행으로 치러지는 선거여서 도덕성 기준을 보겠다"면서 "나경원 후보는 페미니스트가 아닌 것 같아 다행"이라고 꼽았다.
강남 최대 아파트단지인 헬리오시티가 위치한 가락1동 민심도 주목된다. 가락시영아파트가 자리하던 시절에는 지방선거에서 오세훈·박원순 후보에게 번갈아 표를 줬다. 그러나 헬리오시티 입주가 시작된 후 첫 선거였던 지난 총선에서는 초선인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최재성 전 민주당 의원을 꺾고 당선됐다. 중산층 이상이 1만가구 넘게 거주하는 헬리오시티는 보수세 지지가 비교적 강했다. 결혼을 앞둔 20대 후반 하 모씨는 "신혼집을 구하기 위해 여기저기 찾아봤는데 집값이 장난 아니더라"며 "민주당이 잡고 나서 도대체 얼마나 올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오세훈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했는데 "이번 시장은 1년밖에 안 되니까 가장 잘할 사람을 고른 것"이라면서 "부동산 공급을 확대하고 시원시원하게 재개발 재건축을 해줄 사람"이라고 말했다. 가락시장에서 만난 결혼 3년차 회사원 김 모씨(39)도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을 뽑았지만 주변 친구도 대부분 돌아섰다"며 "30대가 민주당 정책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돌아선 민심이 그대로 국민의힘 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였다. 그는 "박영선이 민주당 소속이지만 친시장적인 모습도 있다"며 "중도적인 인물만 민주당에서 나온다면 국민의힘 후보 대신 뽑을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예빈 기자 /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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