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보 메뉴 사라진 치킨집, 여전히 비싼 계란.."개학 코앞인데" [AI 후폭풍]

조지민 2021. 2. 2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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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사태 진정됐지만 종식은 아직
닭고기 가격 작년보다 15% 올라
계란 수급 안정은 6개월 넘게 걸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외식업계에 미치는 파장도 커지고 있다. 닭고기와 계란 공급에 차질이 발생함에 따라 일부 치킨 메뉴가 품절되고, 급등한 계란 값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AI 확산세가 누그러지지 않을 경우 치킨·계란 대란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날개·다리 못 구해 '동동'

2월 28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는 날개와 다리 등 부분육 수급에 애로를 겪고 있다. 날개로 구성된 '윙', 날개·다리로 이뤄진 '콤보' 메뉴를 주문하기 어려운 매장이 늘어나고 있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닭고기 부분육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 일부 매장에서 콤보 메뉴 등을 팔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부분육은 일반적인 치킨용 닭(9~10호)보다 큰 12호 이상의 닭이 사용된다. AI 감염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사육농가들이 생계 출하시기를 앞당기면서 부분육용 생계가 부족해졌다.

코로나19로 닭가슴살 등 부분육을 제외한 닭고기 부위 소비가 줄어들면서 도계업체들이 늘어나는 재고로 인해 생산을 꺼리는 것도 공급 부족의 이유로 꼽힌다. 도계업체가 날개와 다리 등 부분육을 분리한 후 나머지 부위를 급식업체나 식당에 공급해야 하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인해 급식과 식당 수요가 감소한 때문이다. 다른 부위 재고가 쌓이는데 부분육 생산을 위해 계속해서 도계를 할 수 없는 형편이라는 설명이다. 부분육 생산은 기계가 아닌, 사람이 닭고기를 도려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많이 소요된다. 생계가 예년보다 부족한 상황에서 부분육을 제외한 다른 부위 납품이 어려워지자 도계업체들도 부분육 공급을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AI 장기화로 닭고기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육계협회의 닭고기 시세를 보면 2월 26일 9·10호 닭고기는 ㎏당 3615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3154원)보다 약 15% 올랐다. 1월 한때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 4077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에 윙·콤보 등의 메뉴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는 부분육을 원하는 만큼 충분히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원재료 가격 상승에 주요메뉴 판매 차질 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한국육계협회 관계자는 "AI 대책으로 일제 출하 조치가 이뤄졌는데 3월 중순 이후 조치가 종료되면 3월 말부터는 부분육 공급부족 상황이 해결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개학과 코로나19 완화로 급식이 재개되고, 닭고기 소비수요가 늘어나면 가격도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춤하던 계란값 상승세

주춤하던 계란 값도 다시 상승세다. 설 명절 이후 수요가 줄면서 가격이 다소 떨어졌지만 최근 산란계 농장에서 의심사례가 나오는 등 AI 사태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어서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계란 한 판(30개·특란 기준) 가격은 2월 26일 7666원을 기록했다. 같은 달 15일 7821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여전히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AI 여파로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지난달 처음으로 6000원대를 넘어섰고, 이후 전년보다 약 50% 오른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계란 한 판 가격이 8000원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날씨가 따뜻해져 각종 질병이 사그라들고, 철새들도 떠나면 AI 사태도 진정되겠지만 계란 값이 예년 수준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병아리가 산란계로 성장하는 기간이 6개월가량 소요되는 데다 AI 종식시기를 단정할 수 없어서다. AI가 대유행하며 계란 가격이 크게 상승했던 지난 2017년에는 계란 값이 안정되기까지 8~9개월이 걸렸다.

다만 정부가 계란 수입 확대 등에 나섬에 따라 추가적인 가격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소비량에 비해 수입량이 많지 않지만 수입처가 확대돼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적인 영향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이형우 축산관측팀장은 "계란 가격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려는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가격상승 요인은 제한적이지만 AI 확산이 계속될 경우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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