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스포츠 미디어 담론 / 김창금

김창금 2021. 2. 2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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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포츠 스타 선수에 대한 각종 '학교폭력'(학폭)이 고발되면서 기자들이 자신에게 하는 질문이다.

20여년 전의 학폭 의혹이 불거졌는데, 당사자 간 주장이 배치되는 일도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존재하는 학폭 논란은 미디어를 타고 보도되는 순간 대중의 판단에 큰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미디어는 그 당시 한국 스포츠에서 왜 그런 일이 가능했는가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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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스포츠 미디어는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

최근 스포츠 스타 선수에 대한 각종 ‘학교폭력’(학폭)이 고발되면서 기자들이 자신에게 하는 질문이다. 20여년 전의 학폭 의혹이 불거졌는데, 당사자 간 주장이 배치되는 일도 있다. 이럴 경우 보도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어려운 일이다.

대개 언론사 취재보도준칙에는 정확성은 신속성보다 우선한다고 돼 있다. 또 조사나 수사 단계보다 재판 과정을 중시해야 한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고발이나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실명을 공개하는 일은 다반사다. 최근 축구 스타 관련 온라인 기사에는 내용과 관련이 없는 부인의 이름까지 제목에 등장했다. 클릭수를 염두에 뒀다고 의심받을 일이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존재하는 학폭 논란은 미디어를 타고 보도되는 순간 대중의 판단에 큰 영향을 끼친다. 역사적으로 미디어라는 매체가 쌓아온 신뢰의 힘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미디어의 자산이 온라인 시대에 위협받고 있다.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은 <저널리즘의 기본요소>에서 미디어가 충성해야 할 대상은 시민이라고 했다. 공공의 사안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정보의 제공에 충실하라는 얘기다. 예를 들어, 스타 선수의 학폭은 그 자체로 잘못한 것이다. 하지만 미디어는 그 당시 한국 스포츠에서 왜 그런 일이 가능했는가도 물어야 한다. 온 사회가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돼 학폭을 묵인했던 구조까지 밀고 들어가야 한다. 비정상적인 엘리트 선수와 지도자를 키워놓고는, 지금 와서 “너희는 왜 비정상적이냐?”고 묻는다면 무책임한 일이다.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 전 일이다. 정부 관료가 겨울 종목 관계자를 불러모은 자리에서 “메달 어디서 많이 나오는가?”라고 물었다. 많이 나오는 종목에 더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국가는 지금도 태릉이나 진천에 선수를 몰아넣고 훈련하는 기형적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

학폭은 안 된다. 하지만 폭로하고 매장하는 선정적인 방식도 바람직하지만은 않다. 어느 정도에서 반성하고, 처벌하고, 재기할 기회를 줘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스포츠 미디어가 그런 담론을 만들어야 한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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