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활용권, 주식·부동산과 어떻게 다를까

신찬옥 2021. 2. 28. 17: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주권' 전문가 인터뷰
임용 "이해관계자 너무 많아
전적으로 권리 행사 어려워"
최경진 '데이터 오너십' 제안
"지금부터 새로운 법 고민하자"
"내가 병원에 가서 암 진단을 받고 치료받은 의료데이터를 100만원에 사겠다는 기업이 나타났다. 이 데이터는 누구의 소유일까. 환자와 병원, 의사 등 셋이 나눠야 한다면 몇 %씩 가져야 할까."

데이터 경제 시대, 국민들의 관심은 '언제쯤 내가 내 데이터를 직접 사고팔 수 있을 것인가'에 쏠린다. 이른바 데이터 주권, 데이터 소유권 문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지만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예로 든 의료데이터 문제처럼 이해관계자가 한 둘이 아닌 데다, 법제도 정비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거쳐 관련 기업들이 태동하기까지 최소 4~5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개인 데이터는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 내 정보를 내가 직접 거래하거나 수익을 얻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내 주민번호와 전화번호, 집주소가 개당 몇 십원에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어갔다더라'는 우스개 소리처럼 불법적인 유통경로가 많지만, 정식으로 개인정보를 가공해 판매하는 글로벌 '데이터 브로커 산업'도 수 십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데이터 주권과 소유권 논의, 데이터 관련 규제 논의는 아직 세계적으로도 초기 단계다. 전문가들은 기존 개념과는 전혀 다른 데이터의 성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흔히 생각하는 부동산·주식처럼 전통적인 '소유권'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특정 산업이 아닌 모든 산업에 영항을 미치는 일종의 '경제 생태계'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용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나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거나 이용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그 정보를 어디에 어떻게 활용하는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그에 맞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정보의 원천이 되는 개인부터 그 정보를 가공하고 사용하는 사업자에 이르기까지 데이터의 라이프 사이클에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만큼 나에 관한 개인정보라고 해서 내가 전유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의 데이터를 수집해 가공하고 분석해야 부가가치가 커지는 데이터 산업 특성상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이 수십 번 수백 번 바뀌게 되는데,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모든 데이터에 대해 개인의 '지분권'을 인정하려면 사회적으로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설령 개인들에게 전적으로 소유권을 준다고 해도, 24시간 동안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에 대해 수많은 기업들과 실시간으로 협상하고 거래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답은 데이터가 다양하게 활용하는 산업이 먼저 발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개인과 데이터를 원하는 기업 사이에 누군가 개인비서처럼 데이터를 관리해주고 그 이익을 개인과 분배하는 모델을 생각해볼 수 있다. 개인이 정보공개에 대한 자신의 의향과 수익을 따져본 후 원하는 사업자에 본인 데이터를 위탁하는 방식이다. 누군가는 국가가 데이터세를 일률적으로 징수한 후 기본소득처럼 국민에게 배분하는 방안을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임 교수는 데이터 활용 및 관리을 해주는 스타트업들이 자생적으로 나와 혁신을 이끄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그는 "나에 관한 개인정보에 합리적으로 접근하고 이를 활용(이전)할 수 있는 권리, 즉 접근권과 통제권의 개념에서 바라봐야 한다. 여기에 나의 프라이버시가 과도하게 침해되거나 데이터 이용 과정에서 내가 불측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받을 권리(확인 및 이의제기)를 효과적으로 보장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개인의 '수익 기회'와 '권리'는 본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대 교수(개인정보전문가협회 회장)는 "정부가 시행중인 '마이데이터 사업' 근간에는 데이터 이동권이 있다. 이걸 잘 만들면 내 정보를 잘 제공해서 돈을 받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며 "예를 들면 데이터 신탁처럼 전문기관이나 전문 기업에 맡겨서 개인정보 원하는 기업이 이용하게 하고 그 대가를 나눠받는 식"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실제로 데이터를 활용해 돈이 만들어지는 비즈니스를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기술이 발전하면 개인별로 수집하는 데이터의 양과 질이 달라진다. 예컨대 지금은 네이버 이용시 모두가 동일한 개인정보 이용약관에 동의하는데, 앞으로는 개인에 따라 다른 약관을 적용할 수도 있고 이를 경제적 이득까지 연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데이터 소유권·주권 문제와 관련해 최 교수는 '데이터 오너십'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제안했다. 소유권이나 저작권처럼 기존에 있던 권리로 규정하면 데이터 보호도 활용도 어려워지니 국민 법감정과 경제구조 변화에 맞춰 새로운 법을 고민하자는 것이다. 그는 "2000년 전에는 사람도 소유권 객체였고, 전기가 막 나왔을 때는 소유권 대상이 아니었다. 이처럼 새로운 권리는 사회적으로 합의하면 만들 수 있으니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논의를 해야 한다"면서 "데이터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여러 사람이 사용할 수 있으면서 각각의 거래 유형에 맞는 '권리'를 인정해주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민법상 소유권과 저작권법, 일본이 이미 도입한 부정경쟁 방지법 등을 참고해 새로운 개념의 권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찬옥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