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송민규 역전 결승골로 인천 2대1로 꺾어..개막전 승리
“너에게 난 해질녘 노을처럼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28일 오후 K리그1(1부) 포항 스틸러스의 홈 개막전이 열린 포항스틸야드.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를 앞두고 자전거 탄 풍경이 부른 노래 ‘너에게 난, 나에게 난’이 그라운드에 울려 퍼졌다. 올 시즌 포항의 부주장이자 작년 K리그1 도움왕(12개)에 오른 강상우가 경기장을 찾은 홈팬 2899명을 위해 추천한 곡이었다. 최근 기타를 배우는 강상우가 연주할 수 있는 유일한 곡. 낮 최고 기온이 14도까지 오른 스틸야드를 찾은 축구팬들은 노래를 들으며 봄기운을 만끽했다.
포항팬들은 지난 시즌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홈 개막전을 집에서 지켜봤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마스크를 쓰고 사이사이에 빈자리를 두고 앉았지만, 북소리에 맞춰 박수 응원을 펼치며 경기를 즐겼다. 최은정(19)씨는 “그간 코로나 때문에 경기장을 찾지 못해서 답답했고 아쉬웠다”며 “경기를 직접 보는 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K리그 개막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말했다.
포항도 2대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홈팬들에게 ‘추억’을 선물했다.
포항은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 4명으로 구성된 ‘일오팔팔(일류첸코, 오닐, 팔로세비치, 팔라시오스의 첫 글자를 딴 것)’ 라인을 앞세워 K리그1 12개 팀 중 가장 많은 득점(56골)을 올리며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일류첸코(전북 현대), 팔로세비치(FC서울)가 이적하고 오닐도 태국 리그로 떠나면서 팔라시오스만 남았다. 새로 합류한 외국인 선수 중 일부는 입국한 지 얼마되지 않아 자가격리 상태라 이날 출전할 수가 없었다. 포항은 지난 시즌 11위 인천을 상대로 전반 초반 점유율을 70% 가까이 가져가며 밀어붙였지만 날카로운 공격을 보여주진 못했다. 오히려 전반 27분 인천의 아길라르(코스타리카)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0-1로 끌려갔다. 포항 수비수가 페널티박스 안으로 올라온 크로스를 멀리 걷어내지 못하자 인천의 김도혁이 공을 잡아 페널티 아크 왼쪽에 있던 아길라르에게 내줬고, 아길라르가 골대 왼쪽 구석으로 찬 왼발 슈팅이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인천 선수들은 무고사(몬테네그로) 유니폼을 들고 세리머니를 했다. 무고사는 동계 훈련 후 병환이 깊은 아버지를 뵈러 몬테네그로에 다녀왔다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격리 중에 부친상까지 당했다. 인천 선수들은 애도의 뜻으로 한쪽 팔에 검은 리본을 달고 경기에 나섰다.
반격에 나선 포항은 전반 36분 팔라시오스의 크로스를 받은 이현일이 헤딩슛을 시도했는데 인천 골키퍼 이태희의 선방에 막히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포항 김기동 감독은 후반에 임상협, 전민광, 고영준 등을 교체 투입하며 전술에 변화를 줬다. 오른쪽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던 신광훈은 중앙 미드필더로 옮겼고, 왼쪽 수비수로 나섰던 강상우는 공격수로 나섰다.
후반 14분 신광훈의 발에서 동점골이 터졌다. 오른발 중거리 슈팅이 인천 선수 맞고 굴절되면서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2006년 포항에서 데뷔해 2016년까지 뛰다가 FC서울과 강원 FC를 거쳐 5년 만에 다시 친정에 돌아온 신광훈은 홈팬 앞에서 화끈한 신고식을 치렀다.
포항은 후반 26분 지난 시즌 ‘영플레이어상’을 받은 송민규의 역전골까지 나오면서 경기를 뒤집었다. 강상우가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인천 선수를 벗겨내면서 왼발 슈팅을 때렸고, 인천 골키펴가 쳐낸 공을 송민규가 잡아 왼발로 마무리했다.
포항 김기동 감독은 “아직 완전한 전력은 아니지만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교체했고, 선수들이 자신의 역할을 잘하면서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광훈은 “5년 만에 집에 돌아온 느낌으로 편하게 경기를 했는데 운도 따른 것 같다”고 했고, 송민규는 “첫 경기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잘 준비한만큼 승리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인천의 조성환 감독은 경기 전 “올해는 강등권에서 1부 리그 잔류를 위한 싸움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날 패배로 올 시즌도 불안하게 출발했다. 인천은 2011년 이후 11년 연속으로 개막전(4무7패)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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