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노선' 고수하던 중남미 국가들, 미·중 갈등에 '좌불안석'
바이든 “동맹 결속” 요구에
‘차이나머니’ 사이 선택 기로
에콰도르, 이미 화웨이 배제
지리적으로 가까운 미국과 협력하면서도 ‘차이나머니’를 놓치지 않기 위해 중립정책을 펴오던 중남미 국가들이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출범 이후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고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지난 26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중남미 국가들은 그동안 미·중 모두와 친분을 유지하며 중립노선을 걸어왔다. 지난 몇 년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며 ‘남미의 트럼프’라 불린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조차 부통령에게 브라질과 중국의 관계를 보호하라고 지시하는 등 전략적 친분을 쌓아왔다. 칠레의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모두에게 중남미 지역에서 가장 신뢰받는 중재자로 자신을 내세우려 애써왔다. 아르헨티나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전 대통령,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 등도 미국과 안보협력을 유지하면서 중국과의 경제적 교류를 넓히는 정책을 내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중남미 국가들의 중립노선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과의 결속으로 중국에 맞서겠다는 기조를 밝히면서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중남미에 가장 정통한 외교지식을 가진 미국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 부통령 신분으로 16차례나 이 지역을 방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기 동안 이 지역을 방문한 건 2018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때뿐이었다.
미 주간지 타임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중남미 정부들에 미국과 중국 중 하나의 선택을 강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중국과 이어지는 실크로드 대신 미국의 원조를 택하는 나라들도 있다. 에콰도르는 통신망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는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수십억달러의 지원을 받기로 했고, 과테말라도 10억달러 투자를 약속받았다.
그러나 대다수의 국가들은 노선 정리에 애를 먹고 있다. 중국이 오랜 기간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넓혀왔기 때문이다. 브라질과 중국의 상호교역은 지난해 1000억달러로 증가했다. 브라질 전체 수출의 30%가 중국으로 향했다. 2007년 이후 중국은 아르헨티나에 17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공급했다. 아르헨티나산 콩과 쇠고기가 가장 많이 팔리는 곳도 중국이다.
중국은 코로나19 백신도 외교도구로 삼고 있다. 멕시코, 페루 등은 중국 제약사와 백신 계약을 맺었다. 포린폴리시는 “높은 범죄율, 난민 위기,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중남미 지역이 미·중 패권싸움에 휘말린다면 경제, 안보, 기술발전 등 각 분야에서 피해를 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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