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말고] 동네 한가운데 이슬람 예배소 / 박주희

한겨레 2021. 2. 2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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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인근 주택가에 짓고 있던 이슬람 예배소 공사가 주민들의 반대로 중단됐다.

구청으로부터 적법하게 건축허가를 받아 진행되는 공사지만, 지역 주민들이 소음과 악취, 슬럼화를 이유로 집단 민원을 제기해 구청이 공사 중지를 요청한 것이다.

주민들은 예배소가 완공되면 '이슬람 동네'가 될 것이라며 공사허가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무슬림 건축주들은 '유학생들이 예배소로 쓸 예정이고 다른 지역 신도들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반대 목소리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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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말고]

박주희|‘반갑다 친구야!’ 사무국장

경북대 인근 주택가에 짓고 있던 이슬람 예배소 공사가 주민들의 반대로 중단됐다. 구청으로부터 적법하게 건축허가를 받아 진행되는 공사지만, 지역 주민들이 소음과 악취, 슬럼화를 이유로 집단 민원을 제기해 구청이 공사 중지를 요청한 것이다. 주민들은 예배소가 완공되면 ‘이슬람 동네’가 될 것이라며 공사허가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무슬림 건축주들은 ‘유학생들이 예배소로 쓸 예정이고 다른 지역 신도들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반대 목소리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대구시는 2016년 한국형 할랄(이슬람교도들이 먹고 쓰는 것) 육성사업 계획을 발표했다가 일주일 만에 반대 여론에 밀려 백지화한 적이 있다. 앞서 2015년에는 정부가 전북 익산에 추진하던 할랄식품단지 건립 계획도 거센 반발에 부닥쳐 철회됐다. 일부 이슬람 세력의 여성 억압과 테러로 인해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는 정부의 사업계획까지 뒤엎을 정도로 거세다. 몇년이 흐른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내 집 앞에, 우리 동네에 이슬람 시설이 들어서는 걸 반대하는 이들을 탓할 수만은 없다.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편견을 그대로 두고, 마음을 열지 못하는 동네 주민들만 님비라고 몰아세울 수 없는 노릇이다.

복잡한 역사적 배경이 얽혀 있어 단순 비교는 어렵겠지만, 주한미군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견줘 보면 좀 더 솔직하게 이 문제를 바라보게 된다.

미군 헬기장과 활주로로 사용되던 대구의 미군기지 ‘캠프워커’가 70년 만에 반환됐다. 지난해 말 반환된 미군기지 12곳 가운데 한곳이다. 앞서 반환된 기지들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환경오염이 우려됐고, 예상대로 우려는 현실로 확인되었다.

공개된 자료를 보면, 캠프워커 터의 토양과 지하수 오염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조사에서 유류에 의한 토양오염 여부를 보여주는 석유계총탄화수소 최고 농도가 기준치의 17.8배, 비소는 14.8배를 초과했다. 벤젠, 카드뮴, 구리, 납 등 8개 항목이 기준치를 넘었다. 기준치 초과 면적은 반환 터의 절반에 이른다. 지하수도 32개 시료 가운데 6개 시료에서 석유계총탄화수소 최고 농도가 기준 농도보다 최대 9724배, 페놀은 최대 4배 높게 나왔다. 이 지역의 위해성 평가 결과 주거지역으로 쓰일 때 1군 발암물질 성분에 인체가 노출돼 암에 걸릴 확률이 1만분의 2.2에 이른다. 환경부 지침상 허용 가능한 발암위해도 기준은 100만분의 1에서 10만분의 1이다.

이 터에는 2023년부터 대구 대표 도서관, 평화공원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시간이 멈춘 듯 낙후된 동네가 새롭게 탈바꿈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오랜 바람대로 시민들의 공간으로 거듭나려면 우선 건강한 땅으로 돌려놔야 한다. 이 터를 70년 동안 써온 미군이 책임지고 정화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환경오염 정화작업은 우리 예산으로 국방부가 진행할 예정이다. 지역 시민단체와 대학생들이 ‘비용을 주한미군이 부담하라’고 요구해보지만, 가볍게 외면당한다.

이렇게 우리 땅을 오염시킨 무례한 이웃에게는 최소한의 책임조차 묻지 못한 채 한없이 너그러운 반면 다른 이웃에게는 쉽게 곁을 주지 못하고 갈등한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가혹한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건 아닌지 묻게 된다. 지난해 기준 국내 무슬림 인구는 26만명쯤 된다. 다르다는 이유로 밀어내서도 안 되고 밀어낼 수도 없다. 먼저 이 낯선 종교와 문화를 합리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통해 편견을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 종교를 무기로 무자비한 폭력을 저지르는 세력과 평화롭게 종교 생활을 하는 이들을 구분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동네 한가운데 무슬림 예배소는 지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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