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능력 따라 자가 vs 전세.. 신혼부부, 부동산 계급화에 운다 [연중기획-끊어진 계층이동 사다리]
'금수저'는 서울 아파트에서 신접살림
집값 2배로 뛰고 월급 모아 부 축적
'흙수저'는 '영끌'로 서울 전세 얻어도
치솟은 집값에 결국 경기도로 밀려나
文정부 출범 후 자산 불평등 매년 심화
저소득층 내 집 마련 꿈 '하늘의 별따기'
초등학생들마저 '엘거' '휴거' 조롱 씁쓸
갈수록 계층 사다리 파괴.. 희망 안 보여
맞벌이를 하는 박씨 부부는 월 급여의 70%를 저축과 주식·펀드 등 금융투자에 쓰고 있다. 신혼부부의 가장 큰 부담이 신혼집 마련 관련 대출금 상환인데, 박씨 부부는 이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재산을 불려가고 있다. 박씨는 “딸이 갓 돌을 지났다. 새로운 목표가 있다면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강남으로 이사하는 것이다. 지금 사는 집 가격이 더 오르고, 저축과 투자가 잘 풀리면 얼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2. 직장인 전모(38)씨는 지난해 11월 경기도 김포로 이사했다. 2017년 결혼한 전씨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처음 시작을 경기도에서 하면 절대 서울로 다시 올 수 없다’는 조언을 듣고 서울 마포구에 신혼집을 얻어 이사 전까지 살고 있었다.
결혼 당시 양가 부모들로부터 거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전씨 부부는 모은 돈과 은행 대출을 최대한 받았지만, 서울 도심에 전세를 구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전씨는 “아내의 직장은 여의도, 내 직장은 광화문 근처라 마포구가 동선상도 그렇고, 가격적으로도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그에 따라 전셋값도 덩달아 크게 오르면서 4년간 살았던 신혼집을 포기해야 했고, 주변 동네로는 이사도 쉽지 않았다.
각종 소득분배지표가 개선될 수 있었던 것은 저소득층에 대한 정부 지원 영향이 크다. 지난해 1분위 가구 소득 중 42.8%가 정부 지원(공적이전소득)에서 나왔다.
이런 부동산 시장 상황은 주택 보유 여부는 물론, 사는 지역, 주택 브랜드 등을 기준으로 ‘보이지 않는 계급’을 만들고 있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학우를 ‘엘거’(LH 임대주택 거지), ‘휴거’(휴먼시아 거지)라고 칭하며 조롱하는 일이 벌어지고, 임대주택 거주민이 민영 주택 지역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막는 현실은 주택으로 계급화된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이다.
엄형준·남정훈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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