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약 모르고 산 분양권 때문에 쫓겨날 판.."소명 시 구제한다"

조성신 2021. 2. 2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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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로리버하임·마린시티 자이' 입주민 촉각
주택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처리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마린시티 자이 아파트에 부정 청약으로 피해를 입은 입주민들이 플래카드를 붙여놓았다. [사진 = 박동민 기자]
서울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분양권을 전매하고 입주를 기다리던 A씨는 2018년 11월 "입주할 수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통보받았다. 최초 당첨자의 불법 행위가 적발되자 재건축조합 측에서 주택법에 따라 계약 취소 절차를 밟겠다는 의사를 밝혀왔기 때문이다.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끝난 뒤 거래한 정상적인 계약이었지만 최초 당첨자의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A씨가 짊어지게 됐다.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에는 A씨와 같은 처지에 놓인 분양권 전매자들만 5명이다. 이들은 불법 분양권 거래 의혹까지 받고 형사 고발까지 당했지만 무혐의라고 결론이 났다. 민사소송으로 계약 취소에 대한 부당함을 주장해왔지만 주택법에 '선의의 피해자'에 대한 보호 규정이 없는 탓에 승소를 자신하기 힘들다.

하지만, 앞으로 A씨처럼 부정 청약 사실을 모르고 주택이나 분양권을 구입한 선의의 피해자가 구제받을 수 있게 된다.

28일 주택 및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회가 26일 열린 본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현행 주택법은 최초 당첨자의 부정 당첨 사실을 모른 채 적법 절차를 통해 분양권을 매입하더라도 계약 취소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주택의 공급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해 계약 취소 여부를 시행사나 조합 등 분양사업 주체의 재량에 맡겨 동안 부정청약 사실을 모르고 구입한 사람의 피해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부산에도 '아크로리버하임'과 비슷한 사례가 있다. 부정 청약이 드러난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자이' 아파트 시행사가 공급 계약을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41가구가 부정 청약 사전 인지 여부와 관계 없이 쫓겨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 중 분양권을 전매한 선의의 피해자는 36가구로 파악됐다.

지난달 시행사는 입장문을 통해 "불법 청약으로 원래 당첨돼야 하는 실질적 피해 청약자와 다수 무주택자 등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게 합당하다고 판단했다"며 "선의의 피해가 있을 수 있어도 불법 청약 가구가 너무 많고, 가구별 상황이 제각각 다른 데다 피해 여부와 규모를 일일이 가늠할 수 없다. 사법부의 법률적 판단에 맡기는 게 가장 적절한 조치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마린시티 자이' 입주자들은 지금도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계약 취소를 하라고 권고했다가 돌연 계약을 유지하라고 선회하는 등 국토부도 현장의 혼선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송파구 헬리오시티, 경기 남양주시 다산힐스테이트 등은 부정 청약으로 당첨된 분양권 매수인에 대한 구제 결정이 나왔지만, '아크로리버하임'과 '마린시티자이' 등은 선의의 피해자가 계약 취소 위기에 내몰려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에는 주택 청약의 부정 사실이 발견되면 무조건 그 지위를 박탈하도록 의무화하되, 당첨자의 부정청약 사실을 알지 못하고 주택이나 입주권을 당첨자로부터 사들인 매수자에게는 지자체에 소명할 경우 그 지위를 유지토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일각에선 공급 주체가 부정청약이 적발된 것을 빌미로 선의의 취득자에 대한 계약을 취소해 주택을 회수한 뒤 더 높은 시가에 주택을 되팔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국토부는 주택공급규칙을 개정을 통해 주택 계약이 취소된 뒤 재공급할 경우 원래 분양가 수준으로 공급하도록 한 바 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robgu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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