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WHO 조사단이 남긴 5가지 의문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1. 2. 2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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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카페] 국제 학술지 네이처, 조사단 인터뷰 통해 미해결 질문 제기
<YONHAP PHOTO-4427> 우한 화난 수산물 시장 둘러보는 WHO 조사팀 (우한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을 밝혀내기 위해 중국 허베이성 우한을 방문하고 있는 세계보건기구(WHO) 조사팀이 31일 우한의 화난(華南) 수산물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jsmoon@yna.co.kr/2021-01-31 17:27:08/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코로나 대유행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을까. 세계보건기구(WHO) 조사단은 한 달 여 중국 현지 조사를 통해 야생의 박쥐에서 나온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간 숙주 동물을 거쳐 인간에게 옮겨왔다고 결론을 내렸다. 조사단이 다음 주 보고서를 최종 완성할 예정이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의문점이 많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26일(현지 시각) WHO 조사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여전히 5가지 의문점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Q1:우한 첫 환자 전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졌을까

바이러스의 기원을 추적하려면 첫 환자가 언제 발생했는지 알아야 한다. WHO 조사단을 이끈 덴마크의 식품안전 전문가인 피터 벤 엠바렉 박사는 다른 곳으로 여행한 기록이 없는 중국 우한의 한 사무직 노동자가 2019년 12월 8일 처음 코로나 증세를 보였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환자 발생 전에 이미 도시에 퍼져 있었을 것이라고 엠바렉 박사는 말했다.

중국은 자체적으로 2019년 10~12월 우한의 병원에서 코로나 증세를 보인 환자가 있는지 조사했다. 100명이 안되는 의심 환자가 발견되고 그중 67명의 혈액을 조사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는 나오지 않았다. 이 결과만 보면 2019년 12월 이전에 코로나 집단 발병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엠바렉 박사는 더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코로나 증상의 기준을 좀 더 넓혀 모든 의심 환자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조사단의 일원인 호주의 바이러스학자인 도미닉 드와이어 박사는 우한과 다른 지역의 혈액원에 있는 20여만 명의 혈액 시료를 조사해 과거의 감염 경력을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의료시설에 간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2019년 12월 이전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져 있었는지 알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무증상 감염자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Q2: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 밖에도 퍼져 있었을까

중국은 우한 이전에 해외에서 먼저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졌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유럽 과학자들은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에 결합하는 항체가 2019년 11월부터 혈액은행에 보관된 혈액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 예로 프랑스 연구진은 지난 6일 ‘유럽 역학 저널’에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월 사이 채집한 혈액 시료 13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중화항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엠바렉 단장은 이 결과들이 반드시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럽에서 나왔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엠바렉 단장은 “당시 우한은 전 세계 거대 도시들과 매일 직항 노선으로 연결된 상태였다”며 “우한에 바이러스가 퍼졌다면 바로 여행객을 통해 전 세계 다른 곳으로 쉽게 옮겨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즉 우한에서 첫 코로나 환자가 나오기 전에 바이러스가 퍼졌고, 이후 유럽으로 옮겨갔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엠바렉 단장은 코로나 감염이 확실한지 유럽의 혈액 시료를 다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미 재조사에 착수한 과학자들도 있다.

코로나 대유행 초기 중국 우한의 확진자들은 다수가 화난 수산시장을 방문했던 것으로 밝혀졌다./AFP연합뉴스

◇Q3:우한 수산시장은 코로나에 어떤 역할을 했을까

지난해 과학자들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천산갑이 코로나의 중간 숙주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번 조사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사람에게 옮긴 중간 숙주 동물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과학자들은 우한 수산시장에서 산 채로 판매되는 식용 야생동물이 중간 숙주일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 대유행 초기 과학자들은 초기 감염자 다수가 수산시장을 방문했고 그곳에서 살아있거나 냉동 상태로 야생동물들이 판매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우한 수산시장이 기원지라고 지목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나이로비 국제가축연구소의 훙 응웬-비에트 박사는 “수산시장 노점에서 야생동물들이 판매되고 있었다”며 “이 야생동물이 중국 남부의 농장에서 수산시장으로 바이러스를 가져왔을 수 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중국 남부의 농장에서 사육된 야생동물들이 우한의 시장에 오면서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 중 우한의 수산시장에서 거래되는 족제비오소리와 토끼에 주목했다. 둘 다 밍크나 페럿처럼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나 비슷한 종류인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유발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

다른 동물이 중간 숙주일 가능성도 있다. 조사단 일원인 미국 뉴욕의 비영리 연구기관인 에코헬스 연합의 피터 다스작 대표는 “처음 코로나에 걸린 사람이 자신의 부모가 다른 현지 수산시장을 방문했다고 말했다”며 “우한의 다른 시장에서도 어떤 동물이 팔렸는지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방역 요원들이 냉동육과 포장재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Sipa Asia

◇Q4:냉동육이 코로나 초기 전파의 매개체인가

조사단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살아있는 동물에서 사람에게 옮겨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을 내렸다. 엠바렉 단장은 바이러스가 냉동육을 통해 중국 남부의 농장에서 우한의 화난 수산시장으로 들어왔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컬럼비아대의 이안 리프킨 교수는 네이처지에 “냉동육울 통해 바이러스가 시장으로 들어왔다고 볼 증거는 없다”며 “바이러스는 코로나 감염자가 야생동물을 다루는 과정에서 쉽게 옮겨올 수 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냉동육 매개설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원을 둘러싼 논점을 흐리게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가 수입 냉동식품에서 비롯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왔다. 이에 대해 중국 밖의 과학자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표면 접촉을 통해 사람 간 감염되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냉동육이 바이러스의 매개체가 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과학자들은 냉동육 매개 주장은 중국이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엠바렉 단장도 앞서 언론 브리핑에서 “우한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되기 전까지 세계 어느 식품 공장에서도 코로나가 대규모로 발생하지 않았다”며 “그 경로를 통해 바이러스가 중국에 들어왔다는 가설이나 아이디어는 우리가 보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천산갑. 코로나 바이러스는 박쥐에서 시작됐지만 천산갑에서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는 능력을 획득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오스트리아 빈대학

◇Q5:대유행 전에 중국 동물에서 코로나 퍼졌을까

중국 연구진은 2019년에서 2020년 사이 야생 상태 또는 농장이나 가정에서 키우는 3만 여 동물을 조사했지만 지난해 3월 우한의 고양이들을 제외하고는 코로나 감염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엠바렉 단장은 중국의 조사가 동물 집단 전체를 대표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야생동물을 키우는 농장에 대해서는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피터 다스작 대표도 네이처에 “2019년 12월 우한에서 코로나 환자가 폭발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바이러스가 야생동물 거래를 통해 한번에 유입됐을 것”이라며 “향후 조사는 사육 중인 야생동물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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