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남] '천만 원 벌금' 음주운전..'무죄'로 뒤집힌 까닭

백인성 입력 2021. 2. 2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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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교통법은 누구든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사건 직전이던 2019년, 도로교통법은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2회 이상 적발되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개정돼 처벌이 강화됐습니다.

이 때문에 A 씨에겐 단순 음주운전 처벌조항이 아닌 개정된 도로교통법 조항이 적용됐고, 지난해 5월 서울서부지법에서 벌금 천만 원의 약식명령을 선고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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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 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죠.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합니다.


도로교통법은 누구든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기면 음주운전으로 처벌받게 되는데요. 2회 이상 음주운전행위가 적발된 경우 가중된 처벌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나름의 사정이 있었던 경우는 처벌의 예외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운전자에게 드물게 무죄가 선고된 최신 판례를 소개해 드립니다.

■대리운전기사가 일방통행 1차로에 주차

지난해 2월 6일, 서울 은평구에 사는 A 씨는 술을 마신 후 대리운전기사를 불러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게 해 오전 0시 30분쯤 자신의 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대리운전기사가 A 씨 차량을 멈춘 도로는 편도 1차로의 일방통행도로였습니다. 폭이 좁아 그대로 차량을 주차할 경우 다른 차량의 통행이 어려운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대리기사는 별다른 주차장이 없어 차량을 도로가에 밀착시키지 않고 골목길에 차량을 세웠고, 다른 대리운전 호출을 받아 대리운전비 2만 원을 지급받고 자리를 떴습니다.

■도로 옆으로 1m 운전…강화된 도로교통법 적용돼 벌금 천만 원

A 씨는 차량을 도로 벽에 붙이기 위해 약 1m를 운전했고, 그 모습을 지나가던 행인이 신고해 혈중알코올농도 0.068%의 음주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한 혐의(음주운전)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사건 직전이던 2019년, 도로교통법은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2회 이상 적발되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개정돼 처벌이 강화됐습니다. 음주운전 적발 횟수를 산정할 때는 법 개정 전의 전과도 포함해 계산됩니다.

A 씨는 이 사건으로부터 11년 전인 지난 2009년,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죄로 벌금 150만 원의 약식명령을 선고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A 씨에겐 단순 음주운전 처벌조항이 아닌 개정된 도로교통법 조항이 적용됐고, 지난해 5월 서울서부지법에서 벌금 천만 원의 약식명령을 선고받았습니다.

A 씨는 이후 회사에서 해고됐고, 운전면허가 취소됐습니다. 벌금형을 선고받은 A 씨는 "1m를 운전했는데 천만 원의 벌금은 너무 지나치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부득이한 행위였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법원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긴급피난…무죄"

정식 재판에서 서울서부지법 형사5단독은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도로는 편도 1차로의 일방통행도로로 다른 차량의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도로 옆 A 씨가 사는 다세대주택 벽에 최대한 밀착하여 차를 주차해야 할 뿐 아니라 다세대주택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 진출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주차해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대리운전기사는 차량을 벽에 제대로 붙여 주차하지 않고 주차장 차량의 도로 진입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위치에 차를 세우고 떠나 버렸다"고 전제했습니다.

법원은 이어 "A 씨는 승용차 운전을 부탁할 만한 지인이나 일행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새로 대리운전기사를 부르기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더 이상 운전할 의사 없이' 차량을 도로 통행과 주차장 차량 진출입에 방해가 되지 않는 위치로 주차하기 위해 약 1m 가량 운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은 "사정이 이렇다면 A 씨의 운전행위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이른바 '긴급피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A씨의 행위가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유재원 변호사(A씨 변호인)는 "대리기사의 주차 실수로 다시금 주차하려다 1미터 음주운전으로 약식명령이 내려진 사건"이라며 "다가구, 다세대주택의 경우 주차장이 없거나 여유가 부족한데, 이러한 사정과 차량 운전이 부득이했음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 재판은 검사가 항소했고, 사건은 2심으로 올라갔습니다.

백인성 기자 (isbae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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