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상제 손질 예고에 골치아픈 재건축.. 전문가들 "로또만 늘리는게 맞는건지 의문"

백윤미 기자 2021. 2.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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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분양가 상한제 심사 방식을 또 다시 바꾸겠다고 밝히자 분양을 앞둔 재건축 조합들이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도 아파트 분양가가 계속 오르자 이를 더 낮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땅값이 오르는 만큼 분양가가 낮아지기 어려운 구조인데 인위적으로 제도를 손질할 경우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9부 능선을 넘은 재건축 사업장의 분양 속도만 늦어지고 혼란만 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소수의 일반 분양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로또 청약’이 타당한지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꼽히는 사업지인 둔촌주공아파트./조선DB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변창흠 장관은 분양가 상한제를 취지에 걸맞게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변 장관은 "분양가 상한제 지역에서 토지 가격을 감정가로 하다 보니 분양가가 높게 책정됐다"면서 "분양가 상한제뿐만 아니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고분양가 심사제도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는 지난해 7월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된 이후 주요 아파트 단지의 분양가가 오히려 크게 오르면서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청약제도의 취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에 대해 나온 반응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인 ‘래미안 원베일리’의 일반분양가는 상한제가 적용됐지만, 3.3㎡당 5668만원이라는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7월 HUG가 산정한 분양가(4891만원)보다 약 777만원 비싼 금액이다. 래미안 원베일리 분양가는 택지비에 가산비를 더해 산정됐는데, 택지비가 4204만원, 가산비가 3.3㎡당 666만원이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변 장관이 토지 가격(택지비)을 감정평가에 맡기다보니 분양가가 올랐다고 발언한 것을 감안하면 토지 가격 감정평가 방식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감정평가를 할 때 감정평가사의 독립성을 유지해야하므로 인위적으로 택지비를 내릴 유인책은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결국 감정평가 수를 늘리는 등의 고육지책이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정부가 분양가를 내리는 방향으로 분상제를 손질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분양가 확정을 앞둔 재건축·재개발 조합에서는 사업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의 둔촌주공 재건축 정비사업장에서는 정부 규제가 또 더해지면 차라리 후분양으로 가는 편이 낫겠단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올해는 분양을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는데, 사업이 또 지체될까봐 그게 가장 염려스럽고 이 상황을 조합원들이 수긍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면서 "후분양으로 가자는 이야기가 힘을 얻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주를 앞둔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 재건축조합도 분양가 산정 방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분양가가 정해져야 조합원 분담금, 조합 사업성 등을 재차 따져볼 수 있는데 불확실성을 더하는 말들이 자꾸 흘러나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양가 산정 방식이 또 바뀔 경우 사업 속도가 늦춰지는 것을 우려한다.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정비사업이 지체되면 정부가 추진하는 공급 정책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또 아파트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인위적인 방법을 동원해 시세보다 낮게 분양가를 유지해 일부 수분양자들에게 로또 분양을 안겨주는 것이 정말 집값 안정화에 도움이 되는지 따져봐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계속 나온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인위적으로 분양가를 낮추면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어 재건축 진행이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재건축으로 인한 개발이익이 조합원들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분양받는 사람들만 ‘로또’를 맞는 형태가 될 수 있어 결국 현금 부자들만 좋은 일을 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분양가 상한제의 도입 취지는 건설사의 과도한 이익을 줄이고 서민 내집 마련에 보탬을 주자는 것이었다"면서 "하지만 공시지가 현실화 움직임 등을 봤을 때 결국 조합원의 이익을 수분양자에게 주는 상황으로 변질되고 있고 기존 주택을 살 여력이 있는 사람들도 청약 대기수요로 시장에 남아 생기는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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