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맨] 코로나 시대의 K청년 4편 '최악의 소비'

염규현,양효걸 2021. 2. 27. 20:3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데스크] 부동산 폭등에 '벼락거지'… 결혼*출산은 '남일'

"재테크를 안 하게 되면 도태되고 있다 뒤처지고 있다."

"애기는 아직 생각을 할 수가 없어요. 아직은"

◀ 로드맨 ▶

연속기획, 코로나 시대의 K청년.

지난 3편에서는 부동산 가격 폭등과 취업난 속에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청년들을 만나봤는데요.

가뜩이나 쓸 돈이 없어 씀씀이를 줄여 가고 있는 청년들이, 이번에는 자신들이 최악의 소비를 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는데요.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지, 지금부터 길 위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서울의 한 대학

뺙 뺙! 성시경 거리에서? (땡!) 어흥! (어흥?) 스탠딩에그 오래된 노래. (정답)

흔한 신입생 환영회 현장?

[신입생으로 보이는 학생1] "(성함이랑 자기소개 좀 부탁 드릴게요.) 생명과학부 20학번 오지원입니다.('20학번'이면 2학년?) "

[오지원 / 20학번 학생] "(학교 얼마 만에 온 거예요? 지금?) 시험 볼 때 말고는 처음인 것 같아요."

20학번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심리 검사에 특강 지원까지

[오지원 / 20학번 학생] "(1년 전에 사실 했어야 할 것들을) 아쉬운 마음이 진짜 컸었는데. 이제는 기약이 없잖아요?"

비대면 강의에 모임도 비대면으로…

[온수현 / 20학번 학생] "나는 생명공학부 20학번. 온수현이라고 해."

[오지원 / 20학번 학생] "(저 대학 생활 때는 OT가서 게임도 하고 이러면서 막 친해졌는데…) 얼마 전에도 줌으로 손병호 게임 하고. (벌칙이 뭐예요?) 벌칙으로 노래 부르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네요.)"

[임재원 / 20학번 학생] "빨리 군대를 갈까 이 생각도 했었고.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한마디로) 그냥 엉망이지 않았나. (엉망) 네. 사실 뭐 제대로 이뤄진 게 없으니까."

대학 졸업반인 김민영 씨는 지난해 휴학을 선택했습니다.

[김민영 / 휴학생] "(작년에는 얼마나 와 본 거예요? 여기 학교에) 진짜 거짓말 안 하고 5번도 못 왔을 것 같아요. (그런데 등록금은 그대로 다 낸 거죠?) 330만 원 정도인데."

[김민영 / 휴학생] "(다섯 번 왔으면 한 번에 60만 원 씩 낸 건가?) 아 진짜 아까워서 죽을 것 같아요. 무조건 학교는 가야 되는데 수업의 질은 무조건 낮을 것이 뻔하고. 더 미뤘다가는 취업을 언제 할지 모르겠고…"

휴학의 결정적 원인은 ‘부실한 비대면 수업’ 때문

[김민영 / 휴학생] "5년 전, 10년 전 PPT를 그대로 쓰시는 교수님, (실시간 강의에서)목소리가 안 들려서 너무 그냥 화가 났었어요. 내가 다음 학기에도 300만 원 넘게 내고 이 짓거리를 할 수가 없다."

[김민영 / 휴학생] "(그럴 때 좀 어떤 기분 들던가요?) 부모님께 너무 죄송한 생각이 먼저 들었고. 등록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 고등학교 3년 내내 진짜 12시간 14시간씩 공부해서 (대학에) 왔더니… 이러려고 내가 이 개고생들을 해왔나…"

대학 생활 대신 아르바이트를 선택한 대학생

[김민영 / 휴학생] "1학년 때부터 대외활동 열심히 해오고 자신이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제) 자신이 없어요. (대학 나오면 뭐하나.) (그런 생각) 맨날 해요. 오늘도 하고 어제도 하고 내일도 할 거예요."

학생들은 등록금을 돌려받기 위해 거리로 나섰습니다.

[이해지 /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집행위원장] "(무슨 소장을 낸 거예요?) 상반기 등록금을 납부를 했는데 반환을 요구하는 소장을 접수했습니다."

[전다현 /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4기 공동회장] "실기 실습수업 같은 경우는 대면 수업이 꼭 이루어져야 하는데 심지어 음대 수업은 피아노를 쳐야 하는데 피아노도 없고 그냥 종이로 피아노를 치는 연습을 했다. (종이로 쳐요?)"

형편없는 수업의 질… 잇따르는 제보

[이해지 /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집행위원장] "대부분의 대학들이 등록금을 반환하긴 했었는데요. 거의 다 10% 내외 정도의 금액이었고요. (몇백씩 냈는데, 몇만 원 돌아온다. 이 얘기군요.)"

◀ 팩트맨 ▶

대체 수업을 어떻게 하길래, 학생들이 소송까지 걸면서 등록금을 돌려달라고 하는 걸까요?

한 국립대학교의 사례부터 보시죠.

코로나로 진행된 비대면 수업에서 한 교수는 15주짜리 수업을 13주 만에 끝냈고요.

또 다른 강사는 지난해 1학기 빼먹은 수업시간만 총 45시간에 달했습니다.

이 학교만의 문제일까요?

전국단위 대학생 단체가 지난해 9월 대학생 4천 4백여 명에게 물었습니다.

70%가 넘는 학생들이 ‘불만족’이라고 답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휴학으로, 군입대로 학교를 등지고 있습니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조사 대상 네 명 중 한 명이 '휴학할 계획이다'라고 답했고, 올해 입영하는 공군 모집병 경쟁률도 7대 1을 넘겼습니다.

그러면 학업을 마치고 학교를 떠나는 졸업생들의 심정은 좀 나을까요?

◀ 로드맨 ▶

이곳은 강원대학교 광장인데요. 지금 졸업사진 촬영이 한창입니다.

웃음 뒤로 한숨만 가득한 졸업식

[로드맨] "하나 둘 셋! 한 번 더 찍을게요. 아우 좋습니다."

[김지현 / 졸업생] "원래 코로나 상황만 아니었어도 일반 졸업식 풍경처럼 사람도 많고 축하해주는 사람들도 많이 이렇게. (오죽 열 받았으면!)"

[김지현 / 졸업생] "끝난다는 기분보다 새로운 고생길이 열려있다. 이런 느낌?"

또 다른 학생들은?

[로드맨] "내가 느끼는 이 모자의 무게는?"

[정수지*김상호 / 졸업생] "한 10킬로그램? (80킬로그램 대.)"

[로드맨] "병원 빨리 가봐야겠다."

[정수지*김상호 / 졸업생] "대학을 꼭 가야 되나 라는 생각은 들 것 같아요. 학교에 배우러 오고. 보고 듣고 느끼려고 오는 건데 그런 거를 다 못하니까."

재학생들은 휴학으로… 군대로

[정한별 / 강원대 총학생회 기획국 차장] "자퇴하려는 친구들도 많고 휴학하려는 친구들도 많은 것 같아요."

[로드맨] "앞으로 미래 대학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김준겸 / 강원대 총학생회 회장] "이 코로나 때문에 대학을 가야 한다는 인식이 확실히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 팩트맨 ▶

그야말로 대학의 위기입니다.

'실업자 양성소'로 전락했다는 우려도 나오고요.

코로나가 본격화되기도 전인 2019년만 해도 4년제 대학 취업률은 60%를 가까스로 넘는 수준이었는데, 코로나로 절반 수준도 유지하기 어려울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연봉이 높은 정보통신 대기업들을 겨냥한 수백만 원짜리 학원 강의는 수천 명이 몰리는 반면, 가뜩이나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던 대학들은 대규모 정원 미달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예 취업을 목표로 일찌감치 특성화고를 선택한 학생들은 어떤 상황일까요?

대학만의 문제일까?

실습이 어려워진 특성화고

[유재선 / 특성화고 보건간호과 2학년] "코로나가 없을 때쯤에 입학을 했거든요. 근데 코로나가 갑자기 점점 늘면서 병원에서 학생들을 받아주지 못하겠다. (실습할 데가 없어졌군요.)"

[손현지 / 특성화고 보건간호과 2학년] "내년 9월에 간호조무사 시험을 치르게 돼 있는데, (이론) 시간도 못 채우니까 시험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없어져요."

[유재선 / 특성화고 보건간호과 2학년] "저희가 그냥 학원에 간 것도 아니고 3년 동안 고등학교에서 저희 목표가 자격증 취득인데 이것을 못 하면 저희는 사실상 이 고등학교를 들어간 이유도 없고"

[로드맨] "지금 심정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손현지 / 특성화고 보건간호과 2학년] "깜깜하다."

[로드맨] "두 단어로 표현한다면."

[유재선 / 특성화고 보건간호과 2학년] "힘들다, 후회된다."

청년들이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딛게 해줬던 교육은 이제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 족쇄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비싼 등록금만 계속 내야 한다면 교육은 청년들에게 최악의 소비가 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연속기획 코로나 시대의 K-청년, 다음 편에서는 팍팍한 현실의 위로가 됐던 청년들의 문화· 예술이 서서히 고사하고 있는 현실을 취재했습니다.

로드맨이었습니다.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염규현,양효걸 기자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103202_34936.html

[저작권자(c) MBC (https://imnews.imbc.co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Copyright © MBC&iMBC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