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으로 만든 맥주가 지금도 있을까? [명욱의 술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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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의 기원을 살펴보면 늘 등장하는 것이 있다.
바로 우연히 끓는 물에 빵을 넣었더니 맥주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또 맥주의 역사에서 빵으로 술을 빚었다면, 우리 역사에서는 떡으로 술을 빚기도 했다.
결국 동서양 모두 남는 밥, 떡, 빵으로 열심히 술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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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도 여전히 빵으로 맥주를 만드는 곳이 있다. 이 맥주의 이름은 바로 ‘크바스(Kvass·러시아어로 ‘квас’)’.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동유럽 국가들이 만들어 마신다. 이들의 술 문화는 우리의 막걸리와 정말 비슷하다. 우리가 남는 밥을 가지고 막걸리를 만들었다면, 그들은 남는 빵을 가지고 크바스를 만들었다. 현재 확인된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는 989년 세례를 받은 우라지미르 공작이 민중에게 먹을 것과 크바스를 베풀라고 한 내용이다. 당시 크바스는 지금의 맥주보다 알코올 도수가 높았다. 술 취한 사람을 의미하는 말로 ‘크바스인’이란 말까지 있었다. 다만 시대가 흐르며 크바스는 술에서 음료로 바뀐다. 당시 내려진 금주령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제1차 세계대전, 러시아에서도 금주령 바람이 부는데, 이때 크바스의 도수는 낮아진다. 덕분에 이 금주령에서 제외될 수 있었고, 오히려 더 주목받는다. 러시아 국민보건협회가 자양강장제로 병원식으로 사용했다. 그래서 현재 크바스의 알코올 도수가 0.5~1.5%밖에 안 된다. 마치 우리의 식혜와 같다.
제주도에도 비슷한 문화가 있다. 바로 ‘쉰다리’라는 음료다. 보리 및 좁쌀로 2일 정도 짧게 발효해서 마시는 음료로 ‘제주도 막걸리’, 또는 ‘제주도 식혜’로 불린다. 또 우리 전통주에서도 발효를 빨리해서 도수를 낮춰 마신 술들이 있다. 대표적으로는 ‘계명주(鷄鳴酒)’. 황혼녘에 빚어서 닭이 울기 전까지 발효시켜 마신다는 술. 그리고 일일주, 삼일주 등 즉석에서 만드는 술도 많았다. 이러한 술의 특징은 크바스처럼 도수가 굉장히 낮았다는 점. 또 맥주의 역사에서 빵으로 술을 빚었다면, 우리 역사에서는 떡으로 술을 빚기도 했다. 결국 동서양 모두 남는 밥, 떡, 빵으로 열심히 술을 빚었다. 민족과 국가로 매번 다투는 모습만 보이는 국제정세지만 알고 보면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는 사피엔스라는 것. 그런 의미로 혐오와 차별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인류라는 공통점을 찾아주는 의미 있는 술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교수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객원교수. SBS팟캐스트 ‘말술남녀’, KBS 1라디오 ‘김성완의 시사夜’의 ‘불금의 교양학’에 출연 중.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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