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발작 트라우마..美 채권금리 '시험대' 선 신흥국 증시

권다희 기자 2021. 2. 2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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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달 간 CSI300 추이/출처=인베스팅닷컴

지난해 3월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선포 후 이어진 이머징 증시 랠리가 미국 금리 상승으로 처음 심각한 시험에 직면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주 미 국채 금리 상승이 2013년 테이퍼 텐트럼(taper tantrums, 긴축발작)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신흥국 증시 랠리가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주목된다. 긴축발작이란 선진국의 양적 완화 축소(긴축) 정책이 신흥국의 통화 가치와 증시 급락을 불러오는 현상을 말한다.

잘 달린 신흥국 증시, 美 금리 상승에도 랠리 이어갈까
FT에 따르면 27개 신흥국 증시를 반영하는 MSCI 신흥국 주식 지수가 지난해 3월 저점 대비 이번주까지 90% 상승했으나, 지난주 고점 대비로는 5% 하락했다. 중국, 터키, 브라질 등 신흥국 증시가 지난주 일제히 떨어진 영향이다.

중국의 상하이·선전 양대 증시 대형주로 구성된 CSI300(상하이선전300) 지수가 달러 기준으로 이번 달 고점 대비 6% 하락했고, 터키 증시도 지난 15일 고점 대비 8% 떨어졌다.

신흥국 증시는 최근 1년간 랠리를 이어갔다. 전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팬데믹 대응을 위해 통화부양책을 확대했고, 이 과정에서 풍부해진 시중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신흥국 시장으로 흘러들면서다.

그러나 올해 초 부각된 선진국 채권 시장 급락(채권 금리 급등)세가 신흥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FT는 전했다. 기준물이 되는 미 국채 금리의 상승은 다른 시장 금리를 끌어 올리거나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이는 등 자산시장과 실물경제 전반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다.

FT는 일부 시장 투자자들에게 최근의 움직임이 2013년을 떠올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2013년은 벤 버냉키 당시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연준의 채권매입 프로그램(양적완화) 종료를 처음 시사하면서 전세계 위험자산이 급락한 이른바 '긴축발작'이 일어난 해다.

최근 한달간 뉴욕증시 나스닥 지수 추이/출처=구글
신흥국 낙관론 있지만 팬데믹 후 신흥국간 '격차' 커질 수도

그럼에도 시장 일각에선 경기개선 전망이 금리상승 위험을 누그러뜨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윌리엄블레이어인베스트먼트의 탐 블라크 파트너는 미국 등의 보호주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불확실성 등 팬데믹 이전 신흥 시장을 짓누르던 몇몇 요소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해결돼 왔다고 신흥국 시장 낙관론에 무게를 실었다.

단, 팬데믹을 거치며 신훙국 경제가 '다른 경로'를 걸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팬데믹에 얼마나 적절히 대응했느냐가 각국의 경제와 시장 전망을 가를 것이란 분석이다.

FT가 집계한 외국인직접투자(FDI)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반적으로는 FDI가 감소했지만 아시아 지역은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였다. 그 중에서도 중국과 인도는 각각 4%, 13% 늘어났다. 반면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는 전 지역 중 가장 크게 줄었다.

내수도 엇갈린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인도는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공공지출을 10년 평균보다 50% 더 늘렸다. 반면 브라질은 재난지원금격인 소비 보조금 지급에 팬데믹 대응책을 집중시켰다. 정치적으로 인기 있지만 성장률 제고에는 장기적으로 긍정적이지 않은 방식이다.

증시 업권별 '위너'가 바뀌는 국면이 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최근 1년간 부각됐던 기술주 투자가 줄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종목으로 자금이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근 신흥국 투자자들은 테슬라,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 등 전기차 업체를 비롯한 기술주에 집중해 왔다.

보스턴파트너스의 폴 콘기벨 신흥국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일부 섹터와 투자자들이 너무 많은 미래성장률을 현재 가치에 반영했다"며 "일부 종목의 밸류에이션에 부담이 있다"고 했다. 그는 "반면 일부 섹터에는 기회도 있다"며 팬데믹 국면에서 급락한 각 국가의 항공주를 기회가 있는 섹터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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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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