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고객이 느끼는 공정함 기준을 충족시켜야"

이승현 2021. 2. 2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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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보고서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최후통첩 게임이라는 게 있다. A에게 먼저 돈을 주고 그 중 원하는 만큼 B에게 나눠주도록 한다. B는 A가 나눠준 금액을 수용하면 그만큼 얻는다. 단 B가 거절하면 두 사람 모두 돈을 못 갖는다.

A는 B에게 최소한의 금액을 주려고 할 것이다. B는 A가 얼마를 제시하든 무조건 받아들이는 게 합리적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험결과는 달랐다. A가 5대 5로 돈을 똑같이 나누겠다고 제안한 게 가장 많았다. 특히 A가 B에게 8대 2나 9대 1의 비율을 제시한 경우 67% 비율로 거절당했다.

이 게임은 경제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공정성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험이다. 사람은 자신의 이익 극대화만큼 상대방과의 거래 공정성도 중요하게 여기는 점을 알 수 있다.

공정이 큰 화두다. 20~30대인 MZ세대는 ‘공정세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공정성에 대한 가치를 중시한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의 ‘공정함에 집착하고 또 집착하라’ 보고서를 통해 MZ세대에게 공정성의 의미와 기업의 대응방안 등을 소개한다.

(자료=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공정성의 사전적 의미는 ‘공평하고 올바름’이다. 공정성에는 ‘평등(equality)’과 ‘형평(equity)’ 개념이 심층적으로 담겨 있다. 평등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는 의미라면, 형평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균형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평등과 형평의 양면적 성격 때문에 동일한 사회현상에 대해 주체에 따라 상반된 의견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정규직과 동일 노동을 하는 비정규직 입장에선 정규직 전환이 공정이다. 반면 취업준비생에게는 비정규직의 일괄적인 정규직 전환은 공정하지 않다.

고도성장 시대가 끝나면서 MZ세대는 취업 등에서 기성세대에 비해 더욱 치열한 경쟁을 겪고 있다. 계층이동 사다리는 무너졌다. MZ세대에게 공정성은 자신의 이익 보호와 관련된 절실한 문제다. 한국리서치의 ‘2020년 신년기획 여론조사’에서 우리 사회에 필요한 가장 핵심적인 가치를 묻는 질문에 ‘공정’이 20.2%로 1위를 차지했다.

MZ세대는 개인이 노력한 만큼 인정받을 수 있는 공정하고 투명한 환경을 중시한다. 이 환경에서 성장과 발전을 추구하며 자기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보고서는 기업의 변화를 조명했다. 기업이 대내외적으로 공정성과 신뢰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며 이를 위해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KB국민은행은 투명하고 공정한 HR(인사업무) 시스템 혁신을 위해 ‘딥 체인지(Deep Change)’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1만4000여명의 영업점 직원 인사 관리에서 안정성과 객관성,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반의 HR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화생명은 보험금 청구 지급결정을 사람 대신 AI가 진행하는 ‘클레임 AI 보험금 자동 심사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머신러닝과 강화학습을 통해 AI 스스로 보험금 지급결정과 관련된 규정을 만들고 지급·불가·조사 등을 결정한다.

기업은 고객이 느끼는 공정함의 기준에 반하지 않도록 세심한 전략수립이 중요해졌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지금까지는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역량을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고객과 사회적 영향력까지 고려해야 생존할 수 있다.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1차원적 고객만이 아니라 내부 직원과 취업준비생, 협력업체 등으로 고객 범위를 확장하고 그들 개개인에 대한 공정한 기회와 공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불공정한 갑질 이슈는 소비자의 일상적 감정을 자극, 응집력을 확대시키며 불매운동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문화도 바뀌고 있다. 조직 구성원이 공정성을 의심하지 않도록 평가 기준과 프로세스를 투명하게 제도화하고 수직적 조직에서 수평적 조직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양방향 소통을 통해 의견 개진이 자유롭고 직급과 관계없이 개개인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기업문화 정착이 핵심”이라고 했다.

(자료=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이승현 (lees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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