뻑뻑한 눈·갈라지는 입술, 3개월 이상 지속되면..

권대익 2021. 2. 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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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면역질환인 '쇼그렌증후군' 의심해야
눈과 입이 3개월 이상 건조하다면 쇼그렌증후군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대기오염에 많이 노출된 데다 난방 등으로 건조해진 환경과 잦은 컴퓨터ㆍ휴대폰 사용으로 안구건조증이 늘고 있다. 안구건조증은 눈물의 양이 감소하거나 질에 변동이 생겨 발생한다. 안구 건조감ㆍ작열감ㆍ흐리게 보임 등이 주증상이다.

그런데 이런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환경적 요인이 아닌 유전적 요인 등에 의한 다른 질환일 가능성이 있다. 바로 ‘쇼그렌증후군’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쇼그렌증후군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2015년 1만7,634명에서 2019년 2만1,282명으로 증가했다.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7.7배 더 많았다. 특히 40대 이상 중년 여성 환자 비중이 전체 환자의 83%를 차지했다.


◇안구건조증으로 시작해 심하면 각막염ㆍ결막염 유발해

쇼그렌증후군은 눈물ㆍ땀ㆍ침 등 액체를 몸 밖으로 분비하는 외분비샘에 이상이 생기는 병이다. 이로 인해 침과 눈물 분비가 줄면서 구강ㆍ안구에 건조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쇼그렌증후군이 눈에 나타나면 눈물샘이 파괴돼 안구건조증이 생기거나 각막ㆍ결막을 덮는 상피세포가 파괴돼 각막염ㆍ결막염이 올 수 있다.

대다수 쇼그렌증후군 환자는 양쪽 귀밑 침샘이 붓고 아프거나, 짧게는 몇 개월부터 길게는 몇 년에 걸쳐 안구ㆍ구강에 건조 증상을 호소한다. 초기에는 피로ㆍ발열감ㆍ관절통ㆍ몸살 등 비전형적인 전신 증상으로 나타날 때가 많다. 환자의 절반 정도에서 관절염 증상이 나타난다.

10% 정도의 환자는 광과민성ㆍ홍반성 결절ㆍ백반증ㆍ건조증ㆍ탈모 등의 피부 증상을 보인다. 이 밖에 폐ㆍ위ㆍ콩팥ㆍ신경 등을 침범할 수 있고, 림프종을 동반하기도 한다.

쇼그렌증후군은 외부로부터 인체를 지키는 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겨 오히려 자신의 신체를 공격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자가면역질환인데 정확한 발병 원인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양한 요소가 작용해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유전적 요인이나 호르몬ㆍ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ㆍ신경계ㆍ사이토카인ㆍ자가면역 항체 등이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전자 검사, 쇼그렌증후군 등의 유전 요인 확인

쇼그렌증후군이 생소한 질환이다 보니 환자가 첫 증상이 생기고 확진을 받을 때까지 평균 11년이 걸린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이처럼 진단이 늦어지면 질환이 악화돼 병원을 찾아도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생긴다. 이 때문에 지금 별다른 증상이 없다고 눈 건강을 방치하지 말고 미리미리 관리하는 것이 좋다.

김재훈 고려대 구로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치료법이 없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는 없다”며 “생활 습관 개선으로 삶의 질 향상이 가능하므로 꾸준한 치료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건조 증상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생활습관 개선이 매우 중요하다. 구강 건조 완화를 위해 꾸준한 수분 섭취로 입 속이 마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설탕 껌을 씹으면 침샘을 자극해 침 분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카페인이 다량 함유된 커피ㆍ홍차ㆍ녹차 등은 이뇨 작용을 촉진해 구강 건조를 악화하므로 자주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장시간 컴퓨터 사용을 피하고 인공 눈물을 자주 넣어 안구 건조를 예방하도록 해야 한다. 가습기 등을 이용해 습도를 조절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재훈 교수는 “구강 건조로 인한 치아 상태와 안구 건조로 인한 각막 상태 확인을 위해 정기적인 치과와 안과 검진도 권장한다”며 “쇼그렌증후군 치료를 받는다면 증상 조절뿐만 아니라 눈과 입 이외의 침범 여부를 확인하여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므로 임의로 약물 복용을 중단하지 말고 반드시 의사의 처방에 따라야 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유전자 검사로 쇼그렌증후군을 비롯한 대표적인 눈 질환 위험성을 발병 전에 확인할 수 있다. 기존의 안과 검진 검사가 현재 질환의 발생 유무만을 확인하는 것과 달리 한 번의 혈액 채취로 쇼그렌증후군ㆍ노인성 황반변성ㆍ녹내장(개방각)ㆍ포도막염ㆍ아벨리노 각막이영양증ㆍ산탄 맥락망막병증 등을 발병 이전에 유전적 요인을 확인한다.

이들 눈 질환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려우며 특히 유전성 눈 질환은 난치성일 때가 많다. ‘눈 질환 리스크 스크린’ 검사는 수검자에게 최적의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게 함으로써 증상 악화를 방지하고 건강한 시력 유지의 가능성을 높여준다.

설창안 GC녹십자지놈 전문의는 “눈 질환은 대개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에 ‘눈 질환 리스크 스크린’ 검사로 주요 눈 질환 위험도를 높이는 유전 요인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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