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지어의 학문자유? 美학자들도 인정 안하는 이유
"반인류 범죄 정당화, 실수라면 인정해야"
"논문 게재결정, 판단착오 무책임 비윤리"
출판 강행 학술지, 비겁한 긴 침묵 이어가
해당 학술지 출판사측은 '학문의 자유' 등을 이유로 해당 논문 게재를 강행중이다.
그러나 램지어의 글이 '학문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받을 만한 대상인지 학계의 반론도 커지고 있다.
우선 램지어의 글은 여러 다른 자료에 근거한 것으로 포장돼 있지만 해당 자료를 인용하는 과정에서 내용을 왜곡하거나 중요부분을 누락하는 등 악의적으로 짜깁기한 정황이 발견됐다.
특히 램지어가 위안부는 계약 매춘부였다며 근거로 제시한 자료 가운데 거짓 자료도 들어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버드대 로스쿨 석지영 교수가 26일(현지시간) '뉴요커'를 통해 램지어 논문을 검증한 학자들의 증언을 공개한 바에 따르면 램지어의 논문은 1930년대 일본의 룸살롱 여성들의 계약서 샘플을 위안부 계약서라고 주장하는 글을 인용했다고 한다.
그의 연구가 학문의 요체인 진실 추구 행위와는 거리가 먼 행태라는 것이다.
학자들도 램지어의 자극적인 내용보다는 진실성에 초점을 맞춰 통박하고 있다.
석지영 교수는 이번 사태로 함께 조명받은 박유하(세종대), 소정희(샌프란시스코 주립대) 교수의 글은 그나마 "증거에 기반하고 있다"며 "핵심은 학문적인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학문적 자유는 증거에 기초하고 적절한 근거를 갖추는 책임이 있어야 보장받는다는 것이다.
램지어 논문이 불법행위라며 전 세계 학자들로부터 램지어 논문 철회 서명을 받고 있는 마이클 취 UCLA 교수(경제학)는 램지어 글에 대해 "자료를 인용할 때는 그 자료에 맞게 인용해야한다"고 지적했다고 석 교수는 전했다.
그는 램지어가 게임이론을 토대로 위안부가 계약 매춘부였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끔찍한 잔혹 행위를 합법화하기 위한 위장막으로 게임 이론과 법, 경제학을 이용했다"며 "게임이론은 이 논문의 무모한 주장에 신비로운 보호막과 권위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취 교수의 서명에 동참한 타이펀 쇤메즈 교수(보스턴 칼리지)는 "반(反) 인류적인 범죄를 정당화하려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해 알게 됐을 때 충격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램지어 글 지지 입장을 학술지(국제법경제리뷰)측에 보냈었던 매리 베리 교수(UC버클리)는 석 교수에게 "반론들이 매우 강력하다. 램지어 교수가 그에 대해 충분히 입장을 밝히고 실수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램지어의 또 다른 지원군이었던 데이비드 와인스타인 교수(콜롬비아)도 "편집인들이 자신들의 결정 과정이 근본적 사실 표현에서 심각한 오류를 잡지 못했다고 판단했다면 철회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석 교수에게 말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램지어의 글을 게재하기로 최종 결정한 학술지(국제법경제리뷰)에 대한 성토도 커지고 있다.
학술지에서 논문 개제 결정전에 램지어의 글을 검토한 알렉스 리 교수(노스웨스턴대)는 논문 게재 강행 결정이 나자 부 편집인 직을 사임했다.
그는 석 교수에 보낸 이메일에서 "게재 결정은 심각한 판단 착오이며 무책임하고 비윤리적인 결정"이라며 "이 정도의 논문도 거를 수 없다면 논문 자체를 받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사태 초반 입장을 적극 밝혔던 학술지 측은 이 같은 문제 제기와 관련한 CBS노컷뉴스 등 외부의 질의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도 이날 '한 하버드 교수가 전시 성노예들을 매춘부로 불렀다가 반발을 샀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뉴욕타임스는 이 기사에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한국은 물론 미국의 학자들 사이에서 격렬한 반응을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유력 언론이 이번 사태를 보도하기는 이날 뉴욕타임스와 뉴요커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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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CBS노컷뉴스 권민철 특파원] twinpin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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