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 복잡한 美 증시.."숫자는 좋은데 불안하네" [뉴욕마감]
뉴욕증시가 하락 마감했다. 시장은 빠르게 오르는 채권금리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2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69.64포인트(1.50%) 내린 3만932.37로 마감했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지수는 18.19포인트(0.48%) 내린 3811.15로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72.91포인트(0.56%) 오른 1만3192.34로 장을 마쳤다. 전날 3% 이상 급락했던 나스닥은 소폭 반등했다.
아마존,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 테크주들이 1% 이상 상승했다.
에어비앤비(ABNB)는 시장전망치(7억4800만 달러)를 상회하는 8억5900만 달러의 수익을 발표하며 주가가 13.34% 급등했다.
최근 급등했던 게임스탑(GME)은 6.43% 하락했다.
전날 증시의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했던 국채금리 상승세는 이날 진정된 모습을 보였지만, 시장은 여전히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이날 미국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9.8베이시스포인트(bp) 내린 1.427%를 기록, 1.5% 아래로 내려갔다.
퀸시 크로스비 프루덴셜 파이낸셜 수석시장전략가는 "전날 국채수익률이 크게 움직였지만 신용 스프레드는 여전히 억제되고 있다"며 "그러나 만약 스프레드가 실질적으로 확대되고 매도가 이어진다면 연준과 시장은 정말로 우려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은 채권금리 상승을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빨라지고 국내총생산(GDP) 전망치가 개선되면서 채권시장도 이에 반응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기업의 이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예상보다 빠른 인플레이션을 예고할 수 있다.
아트 캐신 UBS 디렉터는 CNBC에 "연준이 채권시장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시장이 믿기 시작하면 '긴축발작'(taper tantrum, 양적완화정책이 긴축으로 전환될 때 시장이 겪는 충격)에 대한 경계심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경제 데이터는 예상보다 좋았다. 미 정부가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600달러 짜리 수표를 각 가정에 보내고 실업급여를 인상한 이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미국인들이 소비를 늘렸다.
이날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소비자 지출은 2.4%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다우존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이 실시한 전문가 설문의 증가율 예상치는 2.5%였다.
개인소득은 전달대비 10% 증가했다.
미 정부는 코로나19(COVID-19)로 직격탄을 맞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난해 12월 각 가정에 600달러 수표를 보냈고 실업급여도 인상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2019년 미국인 가정은 1년에 평균 약 6만9000달러의 소득을 올린다. 한 달에 약 5700달러의 소득을 얻는다는 계산인데, 정부가 지원한 600달러 수표는 월 소득의 대략 10%에 해당한다.
미 해군연방신용조합의 로버트 프릭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보낸 수표는 소득과 지출 양쪽 모두에서 제 역할을 했다"며 "이같은 부양패키지는 이번달에도 소비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며, 만약 다른 부양책이 통과돼 시행된다면 이번 봄까지 높은 소득과 지출 증가율이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물가는 고개를 들고 있다. 물가지표는 1.5% 올랐는데 전월 1.3%보다 상승했다. 이는 연준의 2% 목표치에 근접하고 있다.
지난달 코어 인플레이션은 0.3% 상승했다.
시장은 일단 코로나19가 사라지고 미국 경제가 회복되면 인플레이션이 2%를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연준은 이같은 인플레 상승이 '일시적'이라는 시각이다.
미국이 반체제 인사와 언론인들에게 위협을 가한 사우디 아라비아 인사 76명에 대한 입국 제재조치를 발표했다.
안토니 블링켄 미 국무장관은 이날 "미국은 사회활동가, 반체제 인사, 언론인들을 위협하거나 폭행하는 개인들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은 조치를 내놨다.
이날 미국 정부가 지난 2018년 카슈끄지 살해를 사우디 왕세자가 지시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한 직후, 블링켄 국무장관은 중대한 치외법권적 침해행위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 개인에 대해 비자를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로이터통신, 뉴욕타임즈 등 미국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날 4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공개하고 모하메드 왕세자가 카슈끄지를 납치하거나 살해하는 작전을 승인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2018년 10월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카슈끄지가 살해된 이후 CIA를 비롯한 정보기관들의 기밀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보고서는 사우디 당국자들이 왕세자의 허가 없이 이같은 작전을 수행했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밝혔다. 이어 모하메드 왕세자를 대신해 카슈끄지의 죽음에 관여된 사우디 관리 21명을 지목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보고서 발표에 앞서 전날 살만 사우디 국왕과 전화통화를 했다. 그는 양국간 오랜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지역안보와 예멘에서의 종전을 위한 미국과 유엔의 노력을 언급했다.
백악관은 통화 후 공식 성명을 통해 "두 정상은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곤고히 하고 상호 관심과 이익을 위해 협력하기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유가는 크게 떨어졌다.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데다 다음주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 회의를 앞두고 영향을 받은 결과다. 다음달 3~4일 예정된 OPEC+ 회의에서 각국은 생산 억제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 2월과 3월 사우디아라비아가 일방적으로 하루 100만 배럴 감산을 결정한 것과 함께 각 그룹의 기존 생산량 제한 준수 여부 등이 올해 원유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 4월 인도분은 1.87달러(2.94%) 내린 배럴당 61.6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4월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0.91달러(1.36%) 내린 배럴당 65.97달러로 청산됐다. 새롭게 근월물이 된 5월분 브렌트유는 0.02% 오른 배럴당 64.43달러에 거래 중이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값도 내렸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42.40달러(2.39%) 내린 173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화는 올랐다. 오후 5시16분 기준으로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날보다 0.88% 오른 90.93을 기록 중이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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