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물 주사기로, 수묵을 '탕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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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화가인 잭슨 폴락의 작품같다.
스승인 김선두 화백(중앙대 교수)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남다른 구성, 모던한 감각으로 새로운 수묵을 보여준다"며 "특히 주사기를 사용해 맥을 짚어내는게 아주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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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균 작가 전시회 '0에서 1로', 인영갤러리에서 2일까지
검은 묵이 하얀 종이에 흩뿌려져 있다. 자세히 보면 여러 개의 작품이 부분처럼 전체처럼 합쳐져 있다. 이 작품은 주사기로 그린 작품이다. 농담을 달리한 먹물을 주사기에 각각 담아 분출해 작품으로 표현했다.
김남균 작가는 "다양한 붓들을 써보다가 2017년부터 주사기를 사용하게 됐다. 주사기를 사용하면 분출감을 낼 수 있다. 집중해서 에너지를 쏟는 느낌이 난다"고 했다. '기억의 파편들'이라는 제목의 작품에 대해 "각각의 판넬들이 서로 연결돼 보이나 연결이 안되는 부분도 많다"며 "유사한 기억이 트라우마나 기억으로 남듯 기억의 기반이 다르면서도 하나의 장면으로 남는 것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종이 두 장을 겹쳐 그리되 위아래에 같이 먹물이 들어가게 해서 그렸다가 다시 분리해 미묘하게 각각 다르게 나오는 효과를 줬다. 구상적이지 않은, 기존 수묵 작업과 다른 기법이다.
신문 위에 커다란 가위로 '가지치기'한 가지들이 놓여져 있디.
"현대에 엄청나게 넘쳐나는 뉴스와 정보 속에서 실제로 중요한 정보와 사실들은 얼마나 될까?" 현대인들은 이러한 질문을 무의식적으로 되뇌이며 살고 있을 것이다. '가지치기'는 식물이 더욱 잘 자랄 수 있게 도와주는 인위적인 행동이다. '불필요한 가지를 없애고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줄기와 가지를 남겨두는 행위'는 뇌의 과부화를 막기 위한 기억의 삭제와 같은 원리다. 그렇다면 뇌가 삭제하는 매일 넘쳐나는 뉴스들은 과연 무의미한 것들일까? 잔가지라고 해서 쳐내야 하는 것일까?
'가지치기'라는 작품은, 우리가 매일같이 스치지만 다 기억하지 못하는 신문 위에 가지가 쳐진 식물들을 놓음으로써 위와 같은 질문들을 던진다.
흔히 간질이라고 불리는 뇌전증을 어릴 때부터 앓아온 김 작가는 "항상 조심조심 살아왔는데 한 순간에 100을 쓰는 작업을 하며 일종의 일탈감과 생명의 에너지를 느껴봤다"고 전했다.
'탕진수묵' 다섯번째 전시 김남균 작가의 개인전 '0에서 1로'가 서울 인사동 인영갤러리에서 3월 2일까지 열린다.
중앙대학교 한국화과와 일반대학원을 졸업한 김남균(30) 작가는 신세대 답게 실험적인 표현과 현대적인 기법을 아우르는 작품 세계를 펼치고 있다. 김 작가는 "현대미술을 먼저 배우고 수묵을 나중에 배우는 '출생의 차이'가 있을 뿐 추구하는 것은 같다"고 말했다.
스승인 김선두 화백(중앙대 교수)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남다른 구성, 모던한 감각으로 새로운 수묵을 보여준다"며 "특히 주사기를 사용해 맥을 짚어내는게 아주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탕진수묵'은 수묵을 탕진(蕩盡)하다라는 뜻이다. 기존의 수묵화를 탕진해 버리고 필묵의 탄탄한 기본을 토대로 자유롭고 새로운 자신의 형식을 지닌 수묵화를 그릴 수 있는 한국화 작가 양성을 목표로, 대표적인 한국화가 김선두 화백이 지도하고 있는 전통문화재단 평생교육원 수묵드로잉 작가양성과정의 이름이다.
사군자의 선, 즉 곡선(蘭·난), 직선(竹·죽), 반곡선(菊·국), 반직선(梅·매)을 바탕으로 한 수묵드로잉 수업을 통해 작가로서의 기초를 다지고 현대 미술의 새로운 장을 여는 작가를 키워내는 과정으로 2019년 2명, 2020년 1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데 이어 올해 김남균, 홍효 작가를 졸업자로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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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곽인숙 기자] cinspai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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