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코로나 백신 접종 경험기
한국에서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고 들었다. 생긴지 얼마 안 된 새로운 백신이다보니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코로나 백신 접종에 대한 대략적인 감을 잡아보자는 차원에서 미국에 살면서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필자의 경험담과 주변 사람들의 경험을 나눠보려고 한다.
1월 말 쯤 백신 대상자라는 알림이 날아왔다. 미국에서도 아직 대상자들에 한해 순차 접종중이고 가장 우서 접종 대상이 ‘의료진’, 또는 환자와 가까이서 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소속 대학에서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미국에서는 학교, 종합병원, 체인 약국들, 월마트 같은 큰 마트를 중심으로 접종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학교나 병원 같이 소속 집단에서 접종을 주관하는 경우 순서가 되었으니 준비하라는 메일 같은 알림이 날아온다. 재빨리 날짜 예약을 했고 ‘주의사항’에 대한 안내문이 날아왔다.
내용은 다들 알고 있는 것들로 특정 약물 등에 대한 알러지가 있거나 임신·수유 중이거나 자가면역 질환이 있거나 면역 억제제를 복용중인 경우, 또 열이 나고 기침을 하는 등 감기 증상이 있는 경우는 백시 접종에 앞서 평소 다니던 병원 등에서 상담을 해보라는 것이었다. 또한 예방 접종을 위해 사람들이 몰리다 보면 그 안에서 또 감염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실내에 정해진 인원만 허용하며 철저히 예약제로 운영한다고 했다. 마스크 착용 등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접종 장소인 병원에 도착해서 발열 체크와 최근 며칠 간 감기 증상 같은 것은 없었는지 체크하고 한 세 번에 걸쳐 서로 다른 스태프들에게 신원 확인을 받았다. 신분증이나 사원증을 확인하고 간단한 병력 청취와 접종 우선 대상자에 해당되는지를 가리기 위한 질문을 여러개 받았다. 아무래도 백신이 부족한 상황이다보니 접종 대상자를 분명히 가리려는 듯 했다.
기다리면서 드디어 백신을 접종하게 되었다는 기쁨과 이 코로나 시국도 서서히 막을 내리려나 하는 기대감이 몽글몽글 솟아났다. 아는 선생님 한 분은 원래 꿈을 거의 안 꾸시는 분인데, 접종 예약을 마친 날 백신 접종을 하는 꿈을 꿨다고 한다. 그만큼 의미가 남다른 백신이 아닌가 싶다.
물론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많이들 궁금한 동시에 불안할 것이다. 백신 전문가가 아닌 탓에 자세한 설명은 할 수 없지만 연구실 동료 역학자에게 문의한 적이 있다. 이번 백신(적어도 모더나와 화이자)은 약화시켰거나 죽어있는 ‘실제’ 바이러스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서 아마 안전성은 뛰어날 거라고 답했다.
그러니까 위험할 수도 있는 바이러스를 직접 주사하지 않고 바이러스 표면과 닮은 무해한 단백질이 몸에 생겨나게 한 후, 면역 세포들이 비교적 안전한 이들 단백질을 이용해서 항체를 생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그런 이야기였다(정확한 원리는 전문가의 설명을 참고하자). 평소에 믿고 의지하던 사람이 해준 말이어서 금새 마음이 가벼워졌다.
예상했던 대로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았고 금방 내 차례가 되었다. 주사는 흔히 보던 독감 예방 주사 같은 크기였고 허무하게도 팔이 잠깐 따끔하고 끝났다. 흔한 부작용으로 주사 부위가 근육이 아프거나, 열이 나는 등 감기 증상 같은 것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보통 며칠 안에 사라진다고 한다. 1차 접종 때보다 2차 접종 때 좀더 위와 같은 부작용(사실 면역 세포들이 열심히 일한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작용’의 증거일지도 모르겠다)이 많이 나타난다고 했다. 하지만 역시 대부분 며칠 안에 사라진다고 한다. 접종 후에는 바로 집에 가는 것이 아니라 15분 정도 대기했다. 혹시 모를 알러지 반응 같은 것을 관찰하기 위함이다.
접종 후에는 역시 살짝 화끈거리고, 몸이 좀 따듯했지만 열은 아니었고 별 일 없이 잘 지나갔다. 주변 백신 접종자들에게 물으니 1차 접종 때는 아무것도 못 느끼는 사람들이 다수라고 한다. 다만 2차 접종 때 사람마다 달라서 몸살 증상 같은 것들에 시달리곤 하는 모양이다. 주변의 백신 접종자 여섯 명 중 한 명이 2차 때 며칠 고생했다고 했다. 물론 이는 대표성은 없는 수치다. 내가 아는 최고령 접종자는 87세의 한 선생님인데 1차 접종도 2차 접종도 접종시 따끔한 거 말고는 아무것도 못 느끼셨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불안감이 크거나, 또 백신에 대해 질문이 많다면 주변 사람들 보다는 관련 전문가나 의료진과 상의해 보는 것이 좋겠다.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parkjy02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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