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 아닌 형제' 양키스 외야 지탱할 가드너-프레이저[슬로우볼]

안형준 2021. 2.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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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뉴욕 양키스는 2월 23일(한국시간) 베테랑 외야수 브렛 가드너와 1년 400만 달러 FA 계약을 맺었다. 현역 중 양키스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가장 오래 입은 선수인 가드너는 양키스에서 14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1983년생으로 37세인 가드너는 2005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에서 양키스에 지명돼 2008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2009년 백업 외야수로 본격적인 빅리거 생활을 시작한 가드너는 그 해 데릭 지터, 알렉스 로드리게스, 마크 텍세이라 등과 함께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꼈다. 그리고 2010년 주전 외야수로 도약해 2020시즌까지 양키스 외야를 지켰다.

가드너는 양키스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고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낀 유일한 현역 양키스 선수다(현역 선수 중에는 로빈슨 카노, 데이빗 로버슨이 있다). 아롤디스 채프먼은 양키스가 아닌 시카고 컵스에서 우승 반지를 꼈다. 캠프 개장 직전까지 잔류를 결정짓지 못했지만 극적으로 다시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었다.

이미 37세가 된 가드너는 전성기와 멀어졌다. 아주 정교한 타자는 아니지만 준수한 출루 능력과 중장거리 타격 능력, 빠른 발까지 갖춘 가드너는 20-20을 기록한 경험이 있고 올스타, 골드글러브까지 차지한 선수였다. 비록 지난해 정교함과 장타력이 크게 하락한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빠른 발을 갖고 있고 선구안도 유지하고 있다.

양키스는 가드너에게 주전급 백업 야수로서의 활약과 '맏형'으로서의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 특유의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선수단을 이끌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누구보다 가드너의 잔류를 반긴 선수가 있었다. 바로 가드너의 포지션 경쟁자인 클린트 프레이저다. MLB.com에 따르면 프레이저는 가드너의 재계약 소식을 듣고 전율을 느꼈다고 말했다. 프레이저는 가드너를 경쟁자가 아닌 멘토이자 형으로서 반기고 있다.

1994년생 외야수 프레이저는 2016년 여름 트레이드로 양키스 유니폼을 입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드래프트 드래프트 1라운더이자 최고 유망주였던 프레이저는 앤드류 밀러와 트레이드로 양키스로 이적했고 2017시즌 빅리그에 데뷔했다.

굉장한 재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 기대주였지만 양키스에서는 쉽게 빅리그에 자리잡지 못했다. 기량보다는 부상과 워낙 탄탄한 양키스의 선수층이 걸림돌이었다. 애런 저지, 애런 힉스, 지안카를로 스탠튼에 가드너까지 보유한 양키스는 프레이저에게 내줄 외야 자리가 없었다. 프레이저는 주전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면 콜업돼 빈자리를 채웠고 주전이 복귀하면 다시 마이너리그로 향했다.

가드너 역시 프레이저의 앞을 막아선 벽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들은 경쟁보다 끈끈한 우정으로 연결돼있다. MLB.com에 따르면 가드너는 "프레이저는 새 팀에서도 금방 적응했다. 성실한 선수면서 듣고 배우려는 의지가 강한 선수다. 그가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재미있다. 선수로서 뿐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도 말이다"고 말했다. 재능있는 경쟁자가 아닌 어린 동생을 지켜보는 큰 형의 마음이었다.

프레이저 역시 마찬가지였다. 프레이저는 "가드너는 익살꾼이고 때로는 어린아이 같기도 하다. 나보다 철이 덜 들었다"며 가드너가 자신의 음식에 소금이나 후추를 마구 뿌리는 장난을 친다고 폭로했다. 영락없는 친형제 같은 모습. 프레이저는 "가드너는 나를 위해 밝은 빛을 비춰주는 등대와 같다. 가드너가 50세까지 현역으로 뛰며 나와 함께 커리어를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가드너의 뒤를 프레이저가 지켰다면 이제는 프레이저의 뒤를 가드너가 지키게 됐다. 양키스는 올시즌 프레이저를 주전 좌익수로 기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힉스가 중견수를 맡고 스탠튼과 저지가 지명타자와 우익수 자리를 공유하며 좌익수는 프레이저에게 맡긴다는 계획이다.

31세인 스탠튼과 힉스, 28세인 저지는 현재 전성기 나이다. 이제까지 외야의 한 축이었던 37세 노장 가드너를 자연스럽게 26세의 젊은 프레이저가 대체한다면 양키스 입장에서는 더 바랄 것이 없는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다. 스타플레이어들의 뒤를 지키던 프레이저는 꾸준히 기량이 향상됐다. 지난해에는 표본은 다소 작지만 출루율과 장타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이제는 주전 외야수를 맡기에 손색이 없다.

양키스는 2009년 이후 한 번도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다. 야구계 최고 명문구단의 자존심이 구겨진 상황. 올시즌 그 어느때보다 간절히 우승을 원하고 있다. 부상이 잦은 주포들을 다른 선수들이 얼마나 잘 지탱해주느냐가 중요하다. 프레이저와 가드너 모두 큰 역할을 해줘야 한다.

영원한 양키스맨으로 남는 것을 선택한 가드너와 그의 길을 배우고 있는 프레이저가 만들어낼 시너지 효과가 과연 양키스를 다시 월드시리즈 정상으로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브렛 가드너와 클린트 프레이저)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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