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지어 교수 '해괴한' 짜깁기, 결국 꼬리 잡혔다
日정부 자료 인용하면서 '납치'부분은 고의누락
日 10세소녀 계약 인용시 "공포였다" 부분 외면
램지어 "그 부분은 실수" 석고대죄 가능성 낮아
램지어와 가깝다는 하버드대 지니 석 거슨(한국명 석지영) 교수가 26일(현지시간) 뉴요커에 올린 장문의 글에는 램지어 교수가 최소한의 학문적 양심을 저버린 사례들이 여러 곳 나온다.
램지어 논문의 핵심은 위안부의 자발성, 즉 한국여성들이 당시 위안부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이 '계약' 부분을 어디에 근거해 주장했을까?
바로 그 근거를 하버드대 카터 에커트 교수(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와 앤드루 고든 교수(역사학과)가 추적했다고 석 교수는 전했다.
결론적으로 램지어가 인용한 글들 어디에도 그런 내용은 나와 있지 않았다고 한다. 램지어가 인용한 글(1차 자료) 뿐 아니라 그 글(1차 자료)이 인용한 글(2차 자료), 다시 그 글(2차 자료)이 언급한 또 다른 글(3차 자료)에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물론 '계약' 부분이 언급된 자료를 찾기는 찾았다고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1938년 당시 일본에서 룸살롱 여성(barmaid)들을 채용시 쓰던 계약서의 '샘플'이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 여성들이 서류 계약은 물론 구두 계약을 체결했다는 어떠한 정보를 (이번에도) 얻지 못했다고 한다.
이들은 설사 당시 한국 여성들이 계약을 했다고 손 치더라도 한국 여성들이 그 계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 일본여성이 '위안부'로 모집돼 현장에 갔다가 하는 일이 성매매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는 1940년 일본 주요 신문의 기사도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내용을 전해들은 램지어 교수의 반응은 어땠을까?
석 교수는 램지어와 이메일과 전화로 이야기를 나눈 내용을 이 글에서 밝히기도 했다.
램지어가 석 교수에게 "나는 한국인들이 체결한 계약은 가지고 있지 않다"며 전쟁 이전에 일본에서 성행했던 계약 매춘 관련된 연구 및 역사기록은 "어마어마하게 많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한국여성의 위안부 관련 계약을 발견하게 된다면 멋질(cool) 것 같다. 그러나 그동안 찾을 수 없었다. 앞으로도 찾기 힘들 것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램지어는 '전쟁 이전'에 일본에서 성업중이던 계약 매춘을 전쟁후 상황으로 멋대로 옮겨다가 억지로 꿰맞췄을 가능성이 높다.
석 교수는 에커트 교수와 고든 교수 외에도 일본 학자들이 램지어 논문이 인용한 자료를 뒤쫓은 결과도 소개했다.
램지어는 자신의 논문에서 일본정부가 매매춘 종사자들만을 상대로 여성들을 모집하라는 관련 규정을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하며 두 건의 일본정부 문건을 근거로 제시했었다.
그런데 두 문건 가운데 하나에는 "어떤 여성들은 납치와 비슷하게(something close to kidnapping) 모집됐다"고 기술된 대목도 있었다고 한다.
자료를 제대로 인용하지 않은 것을 넘어 근거 자료를 인용하면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부분만 가져다 썼거나 아니면 아예 반대로 해석한 셈이다.
석지영 교수는 램지어의 또 다른 '놀라운' 인용 반칙 사례도 제시했다.
램지어가 문제의 그 논문에서 위안부 계약의 증거로 제시했던 '오사키'란 이름의 10살짜리 일본인 소녀의 이야기다.
램지어는 논문에서 "오사키가 10살이 됐을 때 위안부 모집책이 300엔의 선급금을 제안했다. 오사키는 그 일이 수반하는 것이 뭔지 알았기 때문에 모집책은 그를 속이려고 하지도 않았다"며 어느 문서를 인용했다.
그러나 에이미 스탠리 교수(노스웨스턴대) 등이 해당 문서를 직접 살펴보니 이 소녀가 위안소 업자에게 이렇게 말한 대목이 뻔히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이런 일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고 우리를 데려와 놓고 이제 손님을 받으라니, 당신은 거짓말쟁이다."
해당 문서에는 이런 대목도 나온다고 한다.
"첫날밤을 보낸 뒤 우리는 공포스러웠다. 남자와 여자가 하는 일이 이런 일인 줄 미처 몰랐다. 나는 너무 무서웠다. 우리는 좀처럼 믿을 수가 없었다."
일본정부가 위안부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거짓으로 설명하면서 모집했는지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램지어가 이 소녀의 사례를 계약의 증거로 제시하면서 위안소 업자를 버젓이 '주인(owner)'라고 표현했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한 지적을 나중에 읽은 램지어는 석지영 교수에게 "당황스럽고 힘들다.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사실은 내가 그 부분은 실수했다"는 이메일을 보내왔다고 한다.
램지어가 '그 부분'에서 실수했다고 말한 것은 역으로 해석하면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가 이번 사태에 대해 석고대죄 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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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CBS노컷뉴스 권민철 특파원] twinpin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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