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 절차 따지지 말란 대통령과 장관, 공무원 대신 감옥 갈 건가

조선일보 2021. 2. 27.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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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수송 모의훈련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변창흠 국토부 장관에게 “가덕도 신공항에 국토부가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국토부가 ‘가덕도 특별법에 반대하지 않는 것은 공무원으로서 직무유기’라는 법률 자문 내용을 제출하는 등 반대 입장을 보이자 공개 경고한 것이다. 그러자 변 장관은 “국토부가 가덕도를 반대한 것처럼 비쳐 송구하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이 공무원들에게 ‘불법 따지지 말라’고 부추기고 장관은 맞장구를 친 것이다.

국토부가 국회에 낸 보고서는 한마디로 ‘가덕도 신공항처럼 안전 운항에 불리한 해상 공항은 유례가 없다’는 것이다. 내해 아니니 외해여서 파도와 바람의 영향을 훨씬 많이 받고, 착륙 때 충돌과 추락 위험이 크다고 보고서는 분석한다. 2016년 프랑스 전문 업체의 평가도 다르지 않았다. 가덕도는 경제성에서도 최하위였다. 그런데 문 정권은 민주당 시장의 성추행 때문에 치러지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이기겠다며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 이렇게 졸속으로 만들어지는 가덕도 특별법을 반대하는 것은 담당 공무원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 않는다면 직무 유기이고 공무원의 성실 의무 위배다. 그런데 대통령은 해야 할 일을 한 공무원을 오히려 질타했다. 불법 따지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하라는 것이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최근 비공개 회의에서 홍남기 부총리와 4차 재난지원금 규모를 두고 논쟁하다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했다고 한다. 지원금 규모를 늘리라는 요구에 기재부가 재정 문제를 들어 반대하자 질타한 것이다. 나라 재정을 지키면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쓸지를 고민하는 것은 기재부의 의무다. 선거를 의식한 여당의 막무가내 요구에 동조하지 않는다고 어떻게 ‘나쁜 사람'이라고 하나. 재정 문제가 심각한 사태가 되면 이 대표가 무슨 책임을 질 수 있나. 나중에 어떻게 되든 모르겠다는 건가. 누가 나쁜 사람인가.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에 관여한 산업부 공무원들을 부추긴 것은 ‘영구 중단은 언제 하느냐’는 대통령 말이었다. 산업부 장관은 “너 죽을래”라고 협박하며 공무원들을 조작으로 내몰았다. 그런데 실무 공무원들만 구속됐고 정작 책임자이자 범법자인 대통령과 장관은 멀쩡하다. 나중에 가덕도 공항의 위법 문제가 본격화되면 결국 실무 공무원들만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공무원들에게 법과 절차를 무시하라고 한 대통령, 총리, 장관은 책임지고 감옥에 갈 생각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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