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 세계에 갇혀있던 한국인 '나'를 발견하고 위상·역할을 찾다

김용출 2021. 2. 27.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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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말기, 면암 최익현은 의병을 일으켰다가 유배된 흑산도 천촌리 바위에 글 하나를 새겨놓는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단어가 세계인의 입에 오르내렸죠. 한국인들은 자유세계, 공산세계 같은 타자의 세계로부터 '나'와 '넓은 세계'를 발견하고, 그 세계 안에서 자기 위상과 역할을 찾으려 했어요. (1988년) 서울올림픽은 세계사적 의미에서 한국을 발견하는 사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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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종일·김현진·현종희/루아크/1만7500원
한국의 발견/라종일·김현진·현종희/루아크/1만7500원

조선 말기, 면암 최익현은 의병을 일으켰다가 유배된 흑산도 천촌리 바위에 글 하나를 새겨놓는다. “기봉강산 홍무일월(箕封江山 洪武日月).” ‘기봉강산’은 중국인 기자가 만들어준 나라가 바로 조선이란 말이고, ‘홍무일월’은 주원장이 세운 명나라의 해와 달이 조선을 비추는 해와 달이라는 의미다. 이는 조선의 우국지사로 추앙받는 최익현을 비롯해 조선 선비들이 얼마나 중화 질서에 깊이 빠져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된다.

정치학자이자 행정가, 외교관을 지낸 라종일 가천대 석좌교수는 두 젊은 작가와 함께 한국인들이 어떻게 자기 세계를 발견하고 있는지 탐색한 책 ‘한국의 발견’에서 한국인들이 오랫동안 중국과 일본, 미국과 소련 등이 만들어낸 세계에 가라앉아 있었다고 분석한다.

최익현의 사례처럼, 한국인들은 조선시대까지 오랫동안 중국이 만든 질서에 빠져 있었다. 이어 ‘대동아’라는 이름을 내세운 일본이 구축한 세계의 지배를 받아왔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엔 남과 북에 진주한 미국과 소련이 만든 세계에서 각각 살아왔다. 하지만 이들 세계는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닌, ‘타자의 세계’였다.

변화가 생긴 것은 1980년대 중반이라고, 라 교수는 파악했다. 즉 1950년 한국전쟁으로 세계가 한국을 발견했다면, 1988년 서울올림픽으로 한국인들이 세계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단어가 세계인의 입에 오르내렸죠. 한국인들은 자유세계, 공산세계 같은 타자의 세계로부터 ‘나’와 ‘넓은 세계’를 발견하고, 그 세계 안에서 자기 위상과 역할을 찾으려 했어요. (1988년) 서울올림픽은 세계사적 의미에서 한국을 발견하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는 이제 한국도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가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진단한다. 특히 코로나19가 더욱 촉진시켰다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의 좋은 면이 하나 있어요. 한국인들이 선진국 콤플렉스를 벗었어요. 소위 선진국들이 과연 인류 차원에서 보는 문제들을 제대로 처리해왔고 지금 그렇게 하고 있는가 하는 의심이 있었지요.…선진국을 연구하고 좇아가면 저절로 잘 되리라고 늘 생각해왔지만 이제는 아니라는 걸 한국인들은 알아차렸지요.”

김용출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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