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조의 토요일엔 에세이] 가난한 파리 시절, 헤밍웨이는 솔직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 파리는 날마다 축제
‘파리는 날마다 축제’(이숲) 는 50대 후반이 된 헤밍웨이가 20대를 보낸 1920년대 파리를 회고하며 쓴 책이다. 그가 65세 되던 해 출간했다. 헤밍웨이는 고등학생 때부터 글을 썼고, 졸업 후 기자가 됐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귀국한 후 스물두 살 때 파리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특파원으로 일하며 소설을 썼다. 퓰리처상과 노벨 문학상을 받으며 세계적 명성을 얻은 작가도 20대에는 성공에 대한 열망과 능력에 대한 불안, 자신에 대한 만족감과 타인에 대한 콤플렉스, 현실에 대한 자족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 사이를 오가며 투쟁했다.
제임스 조이스, 파블로 피카소 등 20세기 예술의 주역들이 파리로 몰려들던 시기였다. 그들과 교우할 수 있었던 파리를 헤밍웨이는 사랑했다. 미식가들의 도시에서 돈이 없어 마음대로 먹지 못했던 헤밍웨이는 그 덕에 자기의 소설 주인공이 식욕이 강하거나, 미식가이거나, 식탐이 있거나, 술을 즐기는 사람이 되었다며 웃었다.
위대한 장편소설을 쓰고 싶었던 20대의 헤밍웨이는 다음 번 쓸 내용을 미리 생각해둔 다음에야 하루 일을 끝낸다는 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그에게도 슬럼프는 찾아왔다.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진실한 문장 한 줄을 써보자” 다짐하고 “전에도 잘 썼으니 이번에도 잘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위로하며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주제에 대해서만 글을 쓰자”는 철학을 사수하며 쓰고 또 썼다.
가난한 파리 시절이야 말로 헤밍웨이 인생의 ‘화양연화’였기에 솔직함으로 범벅이 된 이 책은 건조한 그의 문체를 좋아하는 사람의 가슴 한편을 저릿하게 만든다.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이트 인 파리’는 헤밍웨이가 살던 1920년대의 파리로 시간을 건너뛴(타임슬립) 미국 시나리오 작가의 이야기를 다룬다. 책을 읽고 이 영화를 봐야 비로소 “파리에는 끝이 없다”고 했던 헤밍웨이의 말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타임슬립은커녕 동시대의 국경도 마음대로 넘을 수 없게 된 코로나 시대에 딱 어울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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