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첫 군사행동… 이란 지원받는 시리아 민병대 공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각) 취임 후 첫 무력 행동에 나섰다. 이라크에 주둔 중인 미군과 연합군을 이달 들어 세 차례나 로켓포로 공격했던 친(親)이란 민병대가 시리아 국경에 운영 중인 시설을 공습한 것이다. 이 민병대는 이슬람 양대 종파인 수니파와 시아파 중 시아파에 속하며, 같은 시아파인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번 공습은 바이든이 자신의 취임 초기부터 중동 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이란에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이라크에서 늘고 있는 미군과 연합군에 대한 공격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도 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 지시에 따라 미군은 오늘(25일) 저녁 이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가 사용하는 시리아 동부의 기반 시설에 대한 공습을 했다”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는 미 당국자를 인용해 미 폭격기가 “500파운드(약 220㎏) 규모의 폭탄 7개를 시리아와 이라크 국경의 비공식 통행 지점 부근에 떨어뜨렸다”며 “(평소) 무기 밀수와 민병대원 이동에 이용되는 곳”이라고 보도했다.
커비 대변인은 “이 공습은 이라크 주둔 미군과 연합군 인력에 대한 최근의 공격과 계속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승인됐다”며 “이 작전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과 연합군 인력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할 것’이란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국방부는 더 큰 규모의 작전을 제안했지만 바이든이 비교적 소규모의 옵션을 선택했다고 한다.
이라크에서는 지난 21~22일 중부 발라드 공군기지와 미국 대사관이 있는 바그다드의 대사관 밀집 지역을 겨냥한 민병대의 로켓 공격이 있었다. 지난 15일엔 북부 에르빌 국제공항의 미군 시설이 공격을 받아 외국인 도급업자 1명이 죽고 미군 1명을 포함해 총 6명이 다쳤다.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미군이 시리아와 이라크의 국경에 있는 민병대 시설을 공습한 것이다.
커비 대변인은 “이번 공습으로 ‘카타이브 헤즈볼라(KH)’와 ‘카타이브 사이드 알슈하다(KSS)’를 포함해 이란이 지원하는 민병대 그룹이 사용하는 국경 통행소의 여러 시설이 파괴됐다”고 했다. BBC는 시리아 내 인권 단체를 인용, 이 공습으로 최소 17명의 친이란 민병대원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카타이브 헤즈볼라‘와 ‘카타이브 사이드 알슈하다’는 모두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인 쿠드스군의 지원을 받는 반미(反美) 시아파 민병대다. 두 조직 모두 이라크에서 생겨났지만 이라크와 국경을 맞댄 시리아에서도 활동한다.
KH는 2003~2011년 이라크 전쟁 당시 급조된 폭발물과 박격포 등으로 미군 병력에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 작년 1월 미국이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을 드론 공격으로 제거했을 때, 현장에 같이 있던 KH 지휘관 아부 마디 알모한데스도 숨졌다. 카타이브 사이드 알슈하다는 KH보다 늦게 생겼지만 KH와 협력 관계에 있는 시아파 민병대다.
이번 공격과 관련해 커비 대변인은 “우리는 시리아와 이라크 양측에서 전반적 상황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신중하게 행동했다”며 연합군 파트너와도 상의했다고 전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공습한) 목표물이 (미군에 대한) 공격을 자행한 시아파 민병대에 의해 사용되고 있었다는 것을 확신한다”며 “(공습은) 내가 추천한 일”이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공습이 “미국의 이익을 공격하는 것으로는 협상력을 높일 수 없다는 이란에 대한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등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맺은 이란 핵 합의(JCPOA) 복원을 위해 다시 이란과의 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밝혀 왔다. 그러자 바이든 당선 후 이란은 우라늄 농축 농도 향상,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제한, 한국케미호 나포 등 도발적 행동을 계속해 왔다. 이란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몸값’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이는데, 바이든은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라고 경고한 셈이다. 다만 워싱턴포스트는 “무력을 사용하기로 한 바이든의 결정이 미국 국가 안보의 초점을 중동에서 아시아로 돌리려는 장기적인 계획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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