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189] 사람을 바꾸는 나눔의 힘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면 처음엔 얼굴을 보지만 헤어질 땐 뒷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웠던 사람일수록 더 그렇다. 하지만 내게는 뒷모습을 쉽게 볼 수 없는 친구가 있다. 항상 내 뒷모습을 보고서야 자신의 길을 가는 친구이기 때문이다. 전화를 걸 때도, 문자를 보낼 때도, 마지막 인사는 늘 그녀의 몫이었다. 약속 시간보다 늘 먼저 나와있고, 타인의 말에 더 귀 기울이는 그녀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사랑받은 느낌으로 가득했다. 그녀는 타고난 ‘기버(giver)’였다.
반대로, 만나고 나면 급격히 피곤해지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에게 “어떻게 지냈어요?”라고 묻는 마음에는 내심 같은 질문을 받고 싶은 심정이 깔려 있다. 하지만 상대의 안부에는 관심이 없고, 온통 자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얼마나 화나고 억울했는지 쉼 없이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 안에 있는 울음과 분노가 너무 커서, 조용히 타인의 아픔을 헤아릴 여유가 없는 사람 말이다. 겉은 어른이지만 속은 아직 미성숙한 아이인 그들은 주로 받기만 하는 ‘테이커(taker)’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는 기버와 테이커가 존재한다. 테이커의 특징은 자신이 내어준 것보다 더 많이 받기를 원하는 것이고, 기버는 받기보다 더 많이 주는 데서 충만함을 느끼는 유형이다. 기버는 자신이 제공한 노력과 가치보다 타인의 유익이 더 클 때 기꺼이 자기 것을 내어 준다.
애덤 그랜트의 책 ‘기브 앤 테이크’에는 성공의 꼭대기에 ‘기버’가 있다고 말한다. 흔히 큰 명성에는 질투가 뒤따르고, 요즘 같은 소셜미디어 시대에는 그것이 오히려 독이 될 때도 많다. 하지만 기버에게 생긴 명성은 시기 대신 마법 같은 힘이 되어 돌아올 때가 많다. 바로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으로 말이다. 나누면 내 것이 줄어든다는 건 오래된 경제학적 관점이다. 하지만 제로섬 게임에 대한 전통적 사고를 뒤집는 이야기는 주위에 많다. 모닥불은 어떤가. 잊지 않기 위해 다시 한번 적는다. 누군가 내가 피우고 있는 불을 가져가더라도 결코 그 불은 줄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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