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컷의울림] 병 주고 약 주고.. 타르 먹은 아기 바다거북
윤지로 2021. 2. 2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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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지중해에 사는 6개월 아기 바다거북의 일기.
타르를 먹고 의식을 잃은 지 일주일 만에 눈을 떴다.
엄마는 타르라며, 어디선가 기름이 유출된 것 같다고 했다.
타르가 내 코와 입도 막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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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지중해에 사는 6개월 아기 바다거북의 일기. 2021년 2월23일. 타르를 먹고 의식을 잃은 지 일주일 만에 눈을 떴다. 누군가 면봉으로 내 입속을 후벼파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기억을 더듬어봤다. 이달 초부터 내가 사는 바닷가에 까맣고 끈적거리는 액체가 뒤덮이기 시작했다. 엄마는 타르라며, 어디선가 기름이 유출된 것 같다고 했다. 195㎞나 되는 해안이 시커멓게 변하더니 돛단배처럼 커다란 고래들이 죽은 채 해변으로 떠밀려 왔다. 슬퍼할 겨를이 없었다. 타르가 내 코와 입도 막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 짧은 생이 끝나는 줄 알았는데, 구사일생으로 목숨은 건졌나 보다. 저기서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 그들은 우리 몸에 마요네즈를 주입해 타르를 몸 밖으로 배출시켰다고 했다. 그들은 ‘우리가 바다거북 11마리를 구했다’며 기뻐했다. 겨우 11마리라니… 언젠가 엄마가 그랬다. “한번 망가진 자연은 돌이키기 힘들단다. 하지만 사람들은 병 주고, 다시 약을 주면 되는 줄 알지. 그러니 늘 그들을 조심하렴.”
윤지로 기자·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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