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듯 투자하는 MZ세대, 그림·빌딩지분까지 손댄다

성유진 기자 2021. 2. 26.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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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MZ세대 탐구] [中] 유튜브로 공부하며 게임하듯 투자

직장인 최모(31)씨는 지난해 말부터 카카오페이 앱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카카오페이로 결제할 때마다 1000원 미만의 돈이 남으면, 저금통에 넣듯 애플·MS·IBM 등 글로벌 IT 기업을 중심으로 구성된 ETF(상장지수펀드)에 들어가도록 했다. P2P(개인 간 금융 거래) 플랫폼을 이용해 ‘아파트 담보채권’에도 매일 1만원씩 투자한다. 수익률과 예상 수익 금액이 실시간으로 앱에 표시된다. 최씨는 “현재 수익률이 9% 정도”라며 “돈이 좀 더 모이면 본격적으로 주식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송모(여·34)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만난 직장인 미혼 여성 20여 명과 지난해 재테크 스터디 모임을 만들었다. 부동산 전문가를 불러 자산 관리, 내 집 마련 노하우 등 2시간짜리 강의를 듣기도 했다. 100만원 가까운 강연료는 갹출했다. 주식·펀드 강좌 수강도 계획 중이다. 월급이 300만원 안팎인 송씨는 쇼핑도 즐기지 않고, 식사도 대부분 회사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 하지만 재테크 학습에 드는 돈은 안 아낀다. 그는 “돈과 시간을 들여 얻은 정보로 확률 높은 투자를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박상훈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재테크 시장의 신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핀테크(금융 기술) 등 새로운 트렌드에 빠르게 적응하고 적극적인 학습을 통해 체계적인 투자를 하는 게 기성세대와는 다른 점이다. 이들은 지난해 주요 6개 증권사 신규 계좌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가상 화폐 투자자의 62%도 이들 세대다. 국내에서 벗어나 해외로, 주식에서 가상 화폐와 P2P 금융, 부동산 지분 투자 등 이전 세대에겐 낯선 영역에 과감히 뛰어든다. “월급만으론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불안감, “투자는 불로소득 아닌 노력의 대가”라는 가치관의 변화가 이들을 재테크 시장의 ‘큰손’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재테크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과거 세대는 사회 초년병 시절, 대인 관계와 직장 생활 적응이 성공의 제1 덕목이자 장래 재테크의 밑바탕이라고 여겼다. 그들의 서가엔 처세술과 경영학 서적들이 꽂혀 있었다. 반면 MZ세대의 시선은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톱 77’ 같은 재테크 서적에 꽂혀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재테크·금융 분야 책 구매자의 35%가 30대로, 서점의 주 고객층인 40대(26.7%)보다 높았다. 20대 비율도 14.7%나 됐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전미영 연구위원은 “MZ세대는 자본주의나 투자 논리에 익숙하고 기업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며 “투자를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영역이라고 여긴다”고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평생직장 개념도 사라지고 월급만 모아서는 집을 살 수도 없게 되면서 과감한 투자에 나서는 것밖에 답이 없어진 측면도 크다”고 했다.

재테크 시장에서 MZ세대의 부상은 기존에 없던 투자 상품들의 출현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주 미만의 해외 주식도 매매할 수 있는 ‘미니스탁’ 앱을 내놨다. 작년 한 제약 회사에 입사한 주모(26)씨는 지난 넉 달간 출장비 등을 모아 미니스탁에서 테슬라·우버 주식 등을 0.1주씩 사 모았다. 주씨는 “미국 우량주를 사고 싶어도 비싸서 엄두를 못 냈었다”며 “일단 소수점 투자로 감을 익혀 본격적으로 투자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유튜브·P2P플랫폼 등 자유자재로 활용

학습으로 무장한 MZ세대는 신종 투자도 겁내지 않는다. 모바일 앱에서 빌딩 지분을 주식처럼 사고파는 금융 서비스인 ‘카사’가 지난해 11월 첫 공모에 나선 서울 강남 빌딩 투자에는 하루 만에 4930명의 청약자가 몰렸다. 30대가 35%로 가장 많았다. 금융기관을 안 거치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개인 간 직거래를 통해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P2P 금융, 미술 작품 소유권을 나눠 가진 뒤 대여·매각 등으로 수익을 내는 ‘그림 P2P’도 주 고객이 MZ세대다. 김제경 투미부동산 소장은 “요즘 강연장의 30% 정도는 2030대”라며 “이들은 학습을 마친 후 신속하게 움직인다”고 했다.

단 몇 분이면 스마트폰 핀테크 앱 가입이 가능한 MZ세대는 게임에서 점수를 올리듯 주식 거래를 하며 재빨리 수익을 챙긴다. 지난해 처음 주식을 시작한 김모(30)씨는 백신·신재생에너지·의료용 대마주 등 일종의 테마주를 여러 차례 갈아타며 수익을 냈다. 김씨는 “돈 자체를 버는 것도 재밌지만 테슬라 등 등락이 심한 종목에서 타이밍을 잘 잡아 수익을 냈을 때의 짜릿함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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