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채금리, 코로나 이전 수준 치솟아.. 2% 넘으면 증시 폭탄

김신영 기자 2021. 2. 2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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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채금리 급등 쇼크] "금리 2%도 가능, 큰 시장 충격 대비해야"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장중 한때 1.6%를 넘어서며 급등한 다음날인 26일 일본 닛케이평균은 4.0% 하락했다. /EPA 연합뉴스

25일(현지 시각) 미 국채 시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미국 정부가 이자 지급을 보증하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 자산인 미 국채의 입찰이 있었는데 사겠다는 주문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간신히 낙찰됐다. 블룸버그는 이날 시장의 분위기에 대해 ‘채권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도움은 오지 않았다’고 표현했다.

세계 자산 시장의 신호등이라 불리는 미 국채의 금리가 최근 가파르게 오르면서(가격 하락) 그 충격이 증시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채권 금리 상승은 ‘저금리 잔치'가 끝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 넘치도록 풀린 돈의 힘으로 달아오른 증시를 싸늘하게 식힐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 이후 과열 경고가 나올 정도로 크게 오른 테크주는 이미 폭락 조짐이 보인다.

미국 주요 주가 지수가 25일 큰 폭으로 내려간 데 이어 26일엔 한국·일본 등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코로나 이후 약 8배 수준으로 주가가 상승한 테슬라는 지난 한 달 사이 23%가 하락했다. 세계의 ‘대장주(시가총액 1위)’로 불리는 애플도 한 달 동안 15%가 하락했다.

◇미 국채 금리 급등, 증시는 폭락

한 증권사 고위 임원은 최근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세계 시장이 가장 주목해서 보는 지표”라고 말했다. 이 국채의 유통 금리를 토대로 글로벌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금리, 회사와 가계의 대출 금리 등이 순차적으로 정해진다. 중앙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가 그대로여도 국채의 유통 금리가 오르면 개인·기업이 돈을 조달해 쓰기가 전보다 어려워진다. 증시를 포함해 시장에 풀린 돈이 말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코로나 확산 직후 경기 침체 공포감이 시장을 덮치면서 연 0.5%까지 추락했고 1% 아래에 머물러 왔다. 그러다 지난해 말, 주요국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코로나 그 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그동안 코로나 경제 충격을 방어하려고 미국 등이 엄청나게 쏟아부은 부양금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촉발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채권은 만기까지 미리 정해진 금리를 주기로 약속된 투자 자산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으로 ‘돈의 값’이 내려가면 매력이 떨어져 가치가 하락한다(금리 상승).

미 국채 ‘쇼크’에 급락한 아시아 증시

미 국채 금리 상승은 최근 가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갈수록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최근 국채 금리의 급등세를 ‘궤멸(rout)에 가깝다’고 표현할 정도다. 지난 1월 초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1%선을 넘어섰고 이달 중순에 1.3% 위로 올라서더니 그 후 한 주 만에 1.5%를 뚫으며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25일 미 시장에선 금리가 장중 한때 1.6% 위로도 올라갔다. 한국 국채 금리도 상승 속도가 만만치 않다. 연초 1.6% 수준이었던 한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6일 연 2%에 육박한 1.96%로 거래를 마쳤다.

◇연준 의장 ‘약발’ 이틀도 못 갔다

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국채 금리가 한동안 더 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마이클 슈마허 웰스파고 금리 담당 임원은 “가까운 시일 내에 만기 10년 금리가 2%까지 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코로나 경제 충격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보는 각국 정부가 막대한 경기 부양금을 추가로 풀 준비를 하고 있어서다. 연초 취임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 맞춰 1조9000억달러를 부양금으로 더 풀 예정이다. 이런 돈을 조달하기 위해선 국채를 더 발행할 수밖에 없고, 국채 공급이 늘면 가격은 내려가게(금리 상승) 된다.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중앙은행 수장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약발’은 잘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이달 들어 증시의 불안한 흐름이 이어지자 미 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 의장이 22·23일 미 의회에 출석해 “코로나 경제 충격을 막기 위해 앞으로 상당 기간 저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고, 이 영향으로 약 이틀 동안 시장은 잠시 반등하는 듯했다. 하지만 25일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시장은 다시 고꾸라졌다. 연준 의장의 ‘입’보다는 국채 시장의 움직임에 증시가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회견 때 경기 부양에 더 힘을 싣겠다고 했다. 한은은 또 26일엔 올해 국채를 5조~7조원가량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6일 국채 금리는 오히려 올랐고 코스피·코스닥은 미끄러졌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김영익 교수는 “지난 1년에 걸쳐 증시에 거품이 많이 형성된 상태인 데다 기업·가계의 부채도 부풀어 있는 상황”이라며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선을 넘는다고 가정하고 큰 시장 충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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