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로스쿨 석지영 교수 서한 공개..램지어 "실수가 있었다. 당황스럽고 괴롭다"
[경향신문]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의 석지영 교수가 26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뉴요커에 기고한 글 ‘위안부의 진실을 찾아서’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에 대해 자발적 매춘계약을 맺은 것이라고 주장한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가 자신의 실수를 일부 인정한 사실을 공개했다.
석 교수는 “1월 31일부터 하버드 로스쿨 학생들과 동문들로부터 일본 기업법 전문가인 램지어 교수에 대한 메시지를 받기 시작했다”며 여러 학자들과 함께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검증한 과정을 공개했다.
석 교수는 다른 교수들이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해 보인 의견을 전했다. 석 교수는 글에서 “일본인들의 매춘과 여성사회사에 관련된 책을 저술한 노스웨스턴대 일본사학과의 에이미 스탠리 교수는 램지어 교수가 간과한 역사적 증거들을 말해주었다”며 “그것은 여성들이 위안소를 탈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체적 폭력과 위협이 가해졌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석 교수는 “스탠리 교수가 3개 대륙 출신의 일본사학자 4명과 함께 램지어 교수 논문의 잘못된 부분을 짚는 35쪽 분량의 문서를 작성했다”고 전했다. 교수들은 램지어 교수가 논문에서 인용한 내용이 실제와 명백하게 반대된다고 썼다고 석 교수는 전했다.
특히 보르네오에서 위안부로 지낸 ‘오사키’라는 이름의 열살 소녀가 어떤 일을 하는지도 모른 채 끌려가 당했던 고통을 기록한 내용을 램지어 교수가 정반대로 해석해서 썼다고 교수들은 지적했다. 석 교수는 이 부분에 대한 동료들의 의견을 램지어 교수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석 교수는 글에서 “램지어 교수가 e메일을 통해 자신의 잘못된 글에 대한 다른 학자들의 주장을 읽고 당황스럽고 괴로웠다고 했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이것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석 교수는 또 램지어 교수가 자신을 지지하는 미국 동료 학자 두 명의 서신을 보여주었지만, 지지자 중 한 명인 캘리포니아대 일본역사학과의 메리 엘리자베스 명예교수는 램지어 교수의 글의 진실성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석 교수에게 “램지어 교수가 오류를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램지어 교수를 지지한 컬럼비아대 일본경제학과의 데이비드 와인스타인 교수도 다른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읽은 뒤 “편집자들이 논문 심사 과정에서 심각한 오류를 포착하지 못했다면 철회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고 석 교수는 전했다.
석 교수는 “역사학자인 모리스 스즈키 교수(호주 국립대)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실은 학술지 편집자들에게 ‘이것은 내가 40년동안 연구 분야에서 목격한 최악의 실패 사례’라고 했다”고 썼다. 석 교수는 다른 여러 학자들이 현재 램지어 교수의 주장에 의구심을 갖고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석 교수의 글은 이날 뉴요커 1면에 실렸으며 웹사이트에도 메인 기사로 소개됐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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