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설 때마다 '어질어질'..나, 기립성 저혈압 아닐까

박효순 기자 2021. 2. 26. 21:4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기립성 어지럼증 증상… 빠르게 일어설 때 어지럼증, 두통, 뒷목 통증·뻣뻣함, 소화불량, 구역감, 전신에 힘이 빠지는 증상, 심한 경우 일시적인 의식 불명
평소 혈압 등 몸 상태 정상이지만
자율신경계 혈류 조절 기능 못해
갑자기 혈압 저하되며 증상 발생
잦은 어지럼증, 실신 땐 치료 필요
많은 물 섭취·다리 근력 강화 등
습관 바꾸면 충분히 예방 가능

50대 초반의 직장인 A씨는 얼마 전부터 갑자기 일어설 때 순간적으로 핑 도는 증상이 생겨 병원을 찾았다. 누운 상태와 기립(일어섬) 시 각각 측정한 혈압 변화를 확인하는 기립성혈압검사 후 기립성 저혈압 1차 진단을 받았고, 기립경사테이블검사를 시행한 결과 기립성 저혈압으로 확진됐다.

이 질환은 혈압은 정상이지만 일어날 때 자율신경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혈압이 갑자기 저하되는 상태를 말한다. 증상이 있다고 모두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증상이 빈번하거나, 실신이 생길 정도라면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기립성 저혈압은 최근 몇년 새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기립성 저혈압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5년 1만3803명에서 2019년 2만1501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변정익 교수는 “이 질환은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빈번하게 나타나는데, 50세 미만에서는 5% 정도이지만, 70세 이상에서는 30%까지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면서 “먼저 어지럼증의 원인을 평가하고 적절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사람은 보통 일어설 때 500~1000㏄의 혈류가 복부나 하지정맥으로 이동하면서 일시적으로 심장으로 돌아오는 정맥량이 줄고, 심박출량과 혈압이 감소하게 된다. 이때 정상적인 경우라면 자율신경계나 심혈관계, 내분비계에서 보상 기전이 나타나 심박수와 말초혈관 저항성을 늘려 혈류량을 증가시킨다. 그러나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겨 혈류량을 조절하지 못하면 기립 시에 어지럼증이 나타나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원인으로 인해 평평하게 누워 있을 때와 일어섰을 때, 또는 60도 이상의 경사대검사에서 3분 이내에 수축기 혈압이 20㎜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이 10㎜Hg 이상 떨어지는 경우를 기립성 저혈압으로 정의한다. 파킨슨병·원발자율신경부전 등 신경계 질환, 갑상선 호르몬 이상, 부신 기능 이상, 당뇨 등 내분비계 질환, 심장질환, 탈수, 빈혈, 다이어트, 임신, 약물 등 원인이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앉거나 누운 상태에서 빠르게 일어설 때 눈앞이 흐려지고 ‘핑~’ 도는 듯한 어지럼증이다. 다시 누우면 곧 가라앉는 것이 특징이다. 어지럼증 외에도 혈압 저하로 오는 두통, 뒷목의 통증과 뻣뻣함, 소화불량이 동반되기도 한다. 시야가 흐릿해지거나 구역감, 전신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같이 나타날 수도 있다. 심한 경우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기도 한다. 몸이 쇠약하거나 증상이 심하면 실신하여 의식을 잃을 수도 있고, 낙상으로 심각한 부상을 당하기도 한다. 증상을 오랜 시간 방치할 경우 심혈관질환 위험 및 사망률을 높일 위험성이 크다.

기립성 저혈압의 치료는 환자 특성과 증상의 심각도 및 빈도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우선 심폐기능을 키울 수 있는 적당한 운동이나 압박 스타킹 착용 등의 비약물성 치료를 하고, 이런 후에도 증상이 지속되거나 증상이 심할 경우 약물성 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기립성 저혈압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과 허덕현 교수는 “충분히 물 마시기, 천천히 일어나기, 적당한 양의 음식을 천천히 먹기, 과음하지 않기, 충분한 휴식 취하기, 다리 근력을 키우는 운동하기, 원인이 되는 약물 중단하기 등을 통해 기립성 저혈압을 예방하거나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루 1.5~2ℓ의 물을 마시고, 너무 싱겁지 않게 먹는 것도 필요하다. 침대에서 일어날 때 바로 일어나지 않고 침대에 몇 분 동안 앉았다가 서서히 일어나는 것이 좋다. 운동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진행한다. 높은 강도의 실내자전거 타기는 하지근육 수축을 증가시켜 정맥환류량을 늘려준다. 다리를 꼬고 일어나기, 다리 근육 수축하기, 다리 굽히기 등의 운동도 추천된다. 일부 환자에서 압박스타킹으로 기립성 저혈압과 동반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허 교수는 “잠을 잘 때 복대를 하거나 머리를 약간 높여서 자는 것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