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만들어가는 각자의 우주 [책과 삶]
[경향신문]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문학동네 | 272쪽 | 1만5000원
달에는 방아를 찧는 토끼가 없고, 태양과 달이 동아줄을 타고 올라간 오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수많은 별들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도 그저 이야기임을 알고 있다. 이제 우주를 향한 인류의 관심이 ‘탐사’에서 ‘개발’로, ‘전쟁’으로 표현될 만큼 우주는 다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과 태양과 별과 우주는 여전히 신비롭다. 아직 숱한 궁금증이 있고, 인간이 이 거대한 우주에서 한 톨의 먼지에 불과하다는 실존적 물음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는 천문학자의 에세이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 달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저자는 2019년 ‘네이처’가 미래의 달 과학을 이끌어갈 차세대 과학자로 꼽은 행성과학자다. 지레 과학 에세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책은 오히려 문학적 분위기가 짙다. 천문학 이야기도 나오지만 방점은 일상 삶과 일에 찍혀 있다. 소소한 만남과 사건, 주변 사물 등에 대한 저자의 넓고 깊은 사유가 잘 드러난다. 더욱이 두 아이의 엄마이자 비정규직 여성 과학자로서 치열한 삶 속에 길어올린 성찰이 돋보인다.
일을 하며 “파도에 이겨도 보고 져도 보는 경험이 나를 노련한 뱃사람으로 만들어주리라는 것을” 깨닫는 저자다. “자연은 늘 예외를 품고 있다”며 “지금 눈앞에 보이는 사실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그것만이 언제나 어디서나 진실”이라며 스스로를 다진다. 이젠 스스로 소멸할 무인 우주탐사선 보이저를 떠올리며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춥고 어둡고 광활한 우주로 묵묵히 나아간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우주를 만들어간다. 그렇게 어른이 된다”고 말한다. 장식과 현학을 걷어낸 담백하고 깔끔한 글이라 더 많은 이의 공감을 부를 만하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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