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자이어, 위안부 논문 근거 조선인 계약서 못 봤다고 시인"

조기원 2021. 2. 26.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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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라고 주장하는 논문을 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마크 램자이어 교수가 주장의 근거에 해당하는 조선인 위안부 대상 매춘 계약서를 사실 보지 못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7일 하버드대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 카터 에커트 교수와 역사학과 앤드루 고든 교수는 램자이어가 쓴 논문의 인용을 추적해 보니 "그가 조선인 위안부나 가족 또는 모집업자 실제 계약을 단 한 건도 찾아보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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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지영 하버드 로스쿨 교수
램자이어 인터뷰해 밝혀
"인용 잘못된 사례도 인정
내가 실수했다고 말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매춘부’라는 주장을 펴 비판을 받고 있는 마크 램자이어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 하버드대 자료사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라고 주장하는 논문을 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마크 램자이어 교수가 주장의 근거에 해당하는 조선인 위안부 대상 매춘 계약서를 사실 보지 못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버드대 로스쿨 석지영 교수는 26일 미국 잡지 <뉴요커> 온라인판에 공개된 “위안부의 진실한 이야기를 찾아서”라는 기사에서 램자이어 교수가 이렇게 대답했다고 전했다. 램자이어의 논문 ‘태평양전쟁에서의 성행위 계약’은 위안부가 자발적 매춘부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담아 최근 큰 물의를 빚었다. 석 교수는 램자이어 교수에게 이 논문에 대해 질문을 하니 “나는 조선인 계약서는 갖고 있지 않다 ”고 말했다고 적었다. 램자이어는 “(조선인 위안부에 대한) 계약서를 구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당신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앞서 지난 17일 하버드대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 카터 에커트 교수와 역사학과 앤드루 고든 교수는 램자이어가 쓴 논문의 인용을 추적해 보니 “그가 조선인 위안부나 가족 또는 모집업자 실제 계약을 단 한 건도 찾아보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램자이어는 자신이 쓴 논문이 1991년에 2차대전 이전 일본의 성매매 계약에 대해 쓴 글에 바탕했다고 말했다고 석 교수는 적었다.

램자이어는 인용을 완전히 잘못한 사례를 인정하며 “내가 실수했다”고 말했다고도 한다. 그는 논문에서 10살 일본인 소녀 ‘오사키’의 예를 인용하며 “오사키가 10살이 됐을 때 업자가 다가와 만약 해외에 가는 것에 동의하면 300엔을 벌 수 있다고 제안했다. 업자는 그를 속이려고 하지 않았으며, 그는 10살이지만 그 일에 내포된 의미를 알았다”고 썼다. 오사키가 보르네오로 가서 자발적으로 매춘을 했다는 식으로 쓴 것이다. 그러나 그가 인용한 책을 찾아보니 오사키를 포함한 소녀들이 업자에게 “이런 일이라고 말을 하지 않지 않았느냐”며 항의하고 저항했다는 대목이 발견됐다. 석 교수는 램자이어가 이에 대해 “나도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 나는 이 부분에서 실수를 했다”는 이메일을 보냈다고 전했다. 램자이어는 석 교수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이들이 한국과 일본 등에 있다며, 한국에서는 2019년 출간된 <반일종족주의> 저자들을 예로 들었다고 한다.

램자이어 논문에 대해 일본 학계와 시민사회도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일본군 ‘위안부’ 학술 사이트를 운영하는 일본의 시민단체 ‘파이트 포 저스티스’(Fight for Justice)는 일본사연구회, 역사학연구회, 역사과학협의회 등 학술단체와 함께 다음달 14일 램자이어 교수의 논문을 비판하는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26일 밝혔다. 세미나에는 일본 내 ‘위안부’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요시미 요시아키 주오대 명예교수가 나와 램자이어 교수 논문의 문제점을 지적할 예정이다. 요시미 교수는 1992년 ‘위안부’ 제도를 만드는 데 군과 정부가 깊숙이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문서를 처음 찾아낸 인물이다.

조기원 김소연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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