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코드 X53..해마다 11명 굶어 죽는다

윤나라 기자 2021. 2. 26.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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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생활고에 시달리다 유서를 남기고 생을 마감한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7년이 흘렀습니다. 그 뒤 여러 대책이 나왔지만 최근 5년 동안 57명, 해마다 11명 정도는 굶주림으로 숨졌다는 집계가 확인됩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우도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윤나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5월, 경남 사천의 한 컨테이너에서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업에 실패하고 이혼한 뒤 홀로 살던 그는 일거리가 줄어들면서부터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다고 합니다.

[이웃 주민 : 일을 하면서 함께 하시는 분들하고 식사를 같이했는데 일이 없으니까 끼니도 제대로 안 되잖아요.]

지인에게 음식을 부탁하는 메모도 발견됐습니다.

[경찰 관계자 : (메모에) 먹는 걸 부탁하는 그런 내용이 적혀져 있고, 몸에 살이 많이 빠져 있었고….]

숨진 지 반년 만에 발견돼 심하게 부패된 상태였고, 굶주림에 시달리다가 숨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양경무/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부장 : 체격은 상당히 빈약하고 사망에 이르기까지 영양 결핍 가능성을 고려해야… 근육이나 피하지방의 양이 상당히 줄어든 그런 모습으로 보입니다.]

기아사는 대부분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태에서 발생하고 오랜 시간 시신이 방치돼 정확한 사인을 진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양경무/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부장 : 부패가 돼 발견되는 경우들이 왕왕 있습니다. 부패라고 진단을 하게 되면 기아가 있었다고 할지라도 다른 사인으로 표시가 됐을 수 있습니다. (드러나지 않은 아사가 더 있을 가능성이?) 네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기아사로 의심되는 사례가 더 늘었습니다.

[서중석/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 : (제가) 2020년에는 이런 기아의 조건에 노출됐을 거라고 보는 시신을 한 5건에서 6건 정도 부검한 것 같아요. 그 이전에는 (제가) 1년에 1~2건 정도 했는데.]

서울 영등포의 한 여관에서 혼자 지내고 있는 40대 남성입니다.

지난해 2월 일자리를 잃은 뒤부터 굶는 날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여관 거주 40대 남성 : 밥 세끼 먹는 게 소원이거든요. (그런데) 직장도 안 되고 그리고 굶고. 밤만 되면 서러워서 울어요.]

중증의 심장병을 앓아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해봤지만, 근로 능력이 있고 장애인으로 등록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취약계층을 위해 무료나눔가게를 운영하는 곳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달 초 문을 연 서울 영등포의 '0원 마켓'입니다.

한 달에 1번씩 필요한 생필품을 4가지씩 무료로 가져갈 수 있는데, 하루 10명 넘게 찾고 있습니다.

[김양유/'0원 마켓' 봉사자 : 주로 쌀하고 고추장, 된장을 (가져가세요.) 젊은 사람들도 있어요. 30대였는데 고시원에 사는데 힘들다고 그러면서 빵만 이렇게(달라고.)]

만성적 빈곤이 이어지면 심각한 우울증을 겪게 돼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게 될 수 있습니다.

[김현수/정신과전문의 : 빈곤 망상이라는 게 있어요.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다. 그리고 나는 아무 가진 게 없다' 이 두 가지가 동반되면 어떤 도움도 요청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죽게 내버려 둘 수 있죠.]

지난 2015년부터 5년간 기아로 숨진 사람은 모두 57명.

정확한 실태조사와 대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세계 경제 대국 10위인 우리나라에서도 기아사는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VJ : 윤 택) 

윤나라 기자invictu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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