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중수청' 의견 수렴..윤석열 입장 표명할까
윤 총장 임기 4개월 남짓, 사퇴 효과 미지수..대응 방안 고심하는 듯
[경향신문]
여권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해 검찰 수사권을 완전 폐지하고 공소 제기·유지 기능만 남겨놓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일선 검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입장 표명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26일 검찰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전날 전국 일선 검찰청에 다음달 3일까지 중수청 설치 법안에 대한 의견을 모아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 8일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중수청 설치 법안을 발의하면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법무부를 통해 대검에 의견을 요청한 것에 따른 조치이다. 대검 관계자는 “법안이 발의되면 거치는 (통상적) 절차”라고 밝혔다.
중수청이 설치되면 부패범죄나 권력비리 등을 추적하는 ‘특수수사’는 사실상 끝난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사한 검사가 공소유지에도 참여하는 등 검찰 조직 내부에서 수사와 기소를 유기적으로 진행해야 ‘거악’을 척결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한 부장검사는 “검찰 조직의 명운이 걸렸다는 수준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형사 능력이 줄어드는 문제”라며 “재벌이나 힘 있는 사람들 수사는 앞으로 못 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철완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수사청 설립은 범죄 대응 능력에 커다란 공백을 초래할 것”이라며 “전국검사회의를 열어 의견을 모아야 하지 않는가 생각된다”고 남겼다. 구승모 대검 국제협력담당관은 기소·수사 분리에 대해 “주요 국가들은 중대범죄에서는 최대한 유기적으로 수사와 기소 기능을 통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호동 대구지검 검사도 “최근 해외 각국에서 검사가 수사와 분리돼 공소만 제기한다는 식의 잘못된 정보가 사실인 것처럼 알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반발 기류가 소위 ‘검란’ 형식으로 터져나올지는 미지수이다. 중수청 도입은 입법의 영역이기 때문에 검찰의 조직적 반발은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총장 임기가 4개월 남짓 남은 데다 현 여권이 윤 총장의 교체를 원한다는 점에서 검찰총장 사퇴가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부장검사는 “통상적인 사안이면 총장에게 총장직을 던지라고 할 텐데 지금 그랬다간 여권에서는 ‘잘됐다’고 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또 다른 검사도 “(중수청 도입은) 국민이 큰 피해를 볼 문제인데 검찰이 반발하면 검찰의 제 조직 감싸기로 비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조직의 명운이 걸린 만큼 중수청 반대를 분명히 하기 위해 “결국 윤 총장이 직을 사퇴하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있다.
윤 총장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는 여권에 협조적 태도를 취하면서 “수사권 조정으로 달라진 제도가 잘 안착하도록 하는 것을 검찰총장으로서의 마지막 과제로 삼겠다”고 말해 왔다.
중수청이 도입되면 검찰의 조직 자체가 흔들리는 문제여서 일선 검사들도 윤 총장의 대응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윤 총장 본인도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서는 국가 전체의 반부패수사 역량을 떨어뜨린다며 부정적 입장이어서 대응 방식을 두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은하·유설희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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