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영향평가·사업비 산정..이륙까지 난관 적잖은 '가덕도'

이호준 기자 2021. 2. 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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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신공항특별법 통과..'동남권 신공항' 20년 논쟁 끝낼까

[경향신문]

박근혜 때 정한 ‘김해신공항’, 검증 결과 없이 특별법 통과로 자동 폐기
신공항 부지 원점 재선정 아닌 ‘가덕도’만 타깃…논의 중 당정 갈등도
예타 면제도 확정된 것 아닌 가능성일 뿐…순항 여부 아직은 불투명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이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20년 가까이 신기루 같던 ‘동남권 관문공항’이 ‘문재인 정부표’로 마침내 실체를 갖추게 됐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근본적 검토 필요” 의견을 낸 지 불과 101일 만이다. 하지만 추진 과정이 거칠었던 만큼 향후 큰 잡음이 예고된다.

■근거 없이 폐기된 김해신공항

‘가덕도신공항’은 박근혜 정부가 확정한 ‘김해신공항’이 무산됐기에 가능해졌다. 하지만 왜 무산됐는지에 대해 정부는 명확한 근거를 내놓지 않았다. 정부가 법제처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는 가운데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김해신공항에 폐기 선고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김해신공항은 2016년 당시 국토교통부 용역에 따라 파리공항공사엔지니어링(ADPi)의 사전타당성 검토를 거쳐 밀양과 가덕도를 제치고 확정됐다. 이듬해 4월에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도 통과했고, 2018년 12월에는 기본계획 수립까지 끝마쳤다. 문재인 정부에서 재검토되지 않았다면 여전히 순항했을 프로젝트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백지화’도 ‘보완’도 아닌 어정쩡한 입장을 내놓으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검증위 결정을 정확히 해석하겠다며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했지만, 특별법이 통과된 이날까지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도 지난 5일 국회에 출석해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김해신공항의 근본적 문제가 무엇인지 검토가 이뤄진 다음에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했으나 특별법 통과로 김해신공항은 폐기가 확정됐다.

■가덕도를 위한 신공항

가덕도신공항은 여러 부지를 놓고 경쟁력을 따져 최적의 입지를 고르는 방식이 아니라, 가덕도만을 염두에 두고 특별법이 만들어졌다.

이에 당정 간 파열음이 이어졌다. 김해신공항이 확실히 무산됐다는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대안 신공항의 입지는 사전타당성 검토를 통해 원점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 당초 정부의 입장이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앞선 사전타당성 검토를 통해 가덕도의 경쟁력이 충분히 검증됐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2016년 김해신공항과 밀양, 가덕도를 두고 평가한 5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가덕도의 2가지 안은 4·5위로 꼴찌에 머물렀다.

특별법은 가덕도로 입지를 특정하면서 국비가 300억원 이상 들어가는 대형사업의 경제성을 따지는 예타를 건너뛸 수 있는 조항까지 끼워넣었다. 당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사전타당성 검토와 환경영향평가까지 면제하는 법안을 준비했다가 반발에 부딪혀 예타 면제만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폭주한 특별법 순항할까

동남권 신공항은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까지 무려 4개 정부를 거치며 제각각 해법을 확정하고 폐기하기를 반복해왔다. 문재인 정부가 이번에 특별법까지 만들었지만 변수가 없지 않다. 당장 사전타당성 검토부터 난관이 될 수 있다. 실제 사업비가 예산을 크게 초과하는 것으로 확인되면 회의론이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약점으로 지적된 가덕도의 지반침하가 예상보다 더 심할 경우 사업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국토부는 총사업비가 부산시가 산출한 7조5000억원이 아닌 최대 28조6000억원이라는 내용을 국회에 보고한 바 있다.

예타도 ‘필요시’라는 조건부 면제다. 당초 계획과 달리 ‘2030년 부산엑스포에 맞춰 공항을 개항한다’는 내용이 특별법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사업을 확정짓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뜻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정치지형을 고려하면 길어지는 시간은 ‘가덕도신공항’의 편이 아니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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