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복지지출 급증 속 증세론, 이젠 진지하게 논의할 때

2021. 2. 26.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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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여권발 증세 논의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회연대특별세’ 법안을 금명간 발의하겠다고 했다. 윤후덕 국회 기재위원장도 “증세를 공론화해야 한다”면서 “화끈하게 지원하고, 화끈하게 조세로 회복하는 체제가 정직한 접근”이라고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저부담·저복지에서 중부담·중복지 사회로 가야 한다”며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당차원의 논의는 아니지만, 그간 소극적이던 여당 내부에서 증세를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선거에 불리한 증세 논의가 여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재정형편이 여의치 않은 상황임을 대변한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지난해 이후 막대한 재정이 투입됐다. 지난해 4차례 60조원대의 추경이 편성됐고, 다음달 편성될 4차 재난지원금 추경 규모도 19조5000억원 이상일 것이라고 한다. 대부분 국채로 조달해야 한다. 한국의 재정건전성이 주요국에 비해 양호하다지만 국가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코로나19가 물러간다고 해도 저성장·초고령 사회로 가는 한국에서 재정의 역할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재정이 얼마나 확충돼야 하고, 세수기반이 얼마나 늘어나야 할지를 정밀하게 추계한 ‘증세 설계도’를 작성해 시민의 이해를 구할 필요가 있다.

이상민 의원이 준비 중인 법안은 소득 1억원 이상, 상위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연간 3조~5조원을 한시적으로 더 걷는 방안으로 알려졌다. 이런 ‘핀셋증세’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소득의 많고 적음을 불문하고 모든 이들이 부담을 나눠 지는 보편 증세가 정공법이다. 전체 노동자의 38.9%가 근로소득세를 면제받는 상황을 개선하지 않은 채 일부 계층에 추가부담을 지우는 것은 조세저항은 물론 공동체의 유대감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벌써부터 증세를 얘기하는 것은 놀라운 상상력”이라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선거철에 부담스러운 이슈임을 모르지 않지만, 현실을 외면한 채 ‘뚜껑만 덮어두는’ 것은 책임있는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 이참에 민주당이 당 차원의 특위를 구성해 보편 증세를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국가재정 악화를 우려하는 재정당국을 설득할 수 있고, 시민의 신뢰도 얻을 수 있다. 모처럼 등장한 여권의 증세론이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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