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국가와 함께 탄생한 이동할 자유 통제 수단 [책과 삶]

이혜인 기자 2021. 2. 2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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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여권의 발명
존 토피 지음·이충훈 등 옮김
후마니타스 | 384쪽 | 1만8000원

세계 3위. 한국 여권에 매겨진 순위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민권·영주권 자문회사 ‘헨리 앤드 파트너스’는 매년 한 국가의 여권이 있으면 갈 수 있는 국가 수에 따라 각국의 여권 파워 순위를 매긴다. 일본(191개국), 싱가포르(190개국)에 이어 한국·독일(189개국)이 3위에 자리한다. 같은 나라 안에 살고 있어도 어느 국적의 여권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이동의 자유도가 달라지는 셈이다.

책 <여권의 발명>은 근대의 발명품인 여권의 역사를 다룬다. 여권은 근대 국민국가와 함께 탄생했다. 이전에도 여행증명서나 신원을 드러내는 표식들이 있었으나, 1700년대 후반 프랑스혁명을 기점으로 지금과 같은 국가 중심의 여권 개념이 발전했다. 저자 존 토피는 근대 국민국가 체계에서 국가가 합법적 이동 수단을 독점해왔으며, 다양한 사람들이 국가의 권위에 종속되도록 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이 자본가가 노동자로부터 생산수단을 빼앗는 과정을 수반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카를 마르크스의 주장을 인용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여권은 “국가 체계가 개인과 사적 단체들로부터 합법적인 이동 수단을 빼앗아” 온 것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여권이 국제정치에서 힘 관계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국내 정치 역시 반영하고 있다”고 짚는다. “중국과 같은 곳에서처럼 정치가들은 이 작은 책자를 자신의 국민이 해외로 이동하는 것을 통제하기 위한 메커니즘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번 한국어판은 이 책 초판(2000년 출간)을 개정 출간한 2018년 출간본의 2판이다. 초판 출간 후 학계의 평가와 그 평가에 대한 저자의 논평까지도 담았다. 9·11테러 이후 서유럽과 북미에서 변화한 여권 통제 체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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