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원더풀! 외치지 않는 자 유죄..'윤여정의 진가' [MD영화리뷰]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원더풀, 미나리!' 어찌 외치지 않을 수 있을까.
'미나리'(감독 정이삭)는 1980년대 우리의 딸과 아들 세대는 행복하게 꿈을 심고 가꾸길 바라며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서 온 힘을 다해 살아가는 어느 한국 가족의 다정하고 유쾌한 서사시를 담은 작품. 연일 화려한 수상 이력을 경신하며 국내를 넘어 해외 영화계를 들썩이고 있는 화제작이자, 2021 오스카상(아카데미 시상식) 유력 후보작이다. 제36회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 수상을 기점으로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및 미국배우조합상(SAG) 후보에 오르며 전 세계 74관왕 157개 노미네이트를 기록,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쌓여가는 트로피만큼 치솟을 대로 치솟은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은 '미나리'다. 탁월한 연출력, 환상적인 연기 앙상블, 여운 깊은 메시지까지 고루 버무려 맛깔나는 '미나리'를 선사한다.
연출을 맡은 한국계 미국인인 정이삭(리 아이작 정) 감독은 자전적 이야기를 녹여내며 섬세한 시선으로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그는 실제 미국에 이민 온 부모님을 두었으며 1978년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서 태어나 영화의 배경이 되는 미국 남부 아칸소라는 시골 마을의 작은 농장에서 자랐다. 가족을 위해 농장을 시작한 아버지와 새로운 직장을 구하게 된 어머니를 대신해 자신을 돌봐줄 할머니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왔고, 그때 할머니가 가져온 미나리 씨앗을 미국 아칸소에서 키우게 되었는데 다른 채소보다 가장 잘 자라는 모습이 기억에 강렬히 남았다고 한다.
"미나리의 질긴 생명력과 적응력이 우리 가족과 닮았다"며 이를 뼈대로 '미나리'가 탄생된 것. 가족 간의 사랑을 의미하는 제목이기도 하다.
이민자 가족이 아니더라도, 1980년대가 생경한 세대이더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아 '미나리' 열풍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한 번쯤은 아빠가 해내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자신만의 농장을 가꾸는 일에 여념이 없는 아빠 제이콥(스티븐 연)과 "우리가 함께 있는 게 더 중요한 거야"라며 가족의 일상이 흔들리지 않게 지키려 애쓰는 엄마 모니카(한예리)의 갈등이 MSG 없는 순한 맛으로 그려지는데, 러닝타임 115분 내내 스크린으로 끌어당기는 흡입력이 어마무시하다. 시골 마을 아칸소의 이동식 주택으로 이사와 함께 찾아온 불안과 혼란 속에서도 끝내 딛고 일어서는 가족을 통해 우리네 가족의 존재에 대해 곱씹게 하는 전 세계를 관통하는 결론에 다다른다.
여기에 배우 윤여정이 모니카 엄마이자 할머니 순자로 완벽 변신, '미나리'만의 강점을 갖는데 큰 몫을 했다. '할머니 같다'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가족을 사랑하는 방법은 잘 아는 할머니 순자. 마냥 인자하기만 한 전형적인 이미지가 아닌, 기존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던 할머니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감탄을 자아낸다. 장난꾸러기 손주 데이빗(앨런 김)에게 밤을 깨물어 뱉어 주는 신, 아픈 손주에게 침대를 양보하는 설정 등 윤여정 본인이 직접 봤거나 겪었던 경험들을 디테일하고 적절하게 반영시킨 덕에 더욱 매력적인 인물로 완성될 수 있었다. 말미에 "원더풀 미나리!"로 방점을 찍는 것도 윤여정의 아이디어였다.
무엇보다 '미나리'는 신파 없이도 눈물샘을 건드리는 묵직한 감동을 선사,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멀리 한국에서 고춧가루, 멸치, 한약, 미나리씨를 바리바리 싸 들고 온 순자 앞에 모니카는 어느새 무장해제되며 왈칵 눈물을 쏟는 장면이 특히 압권이다. 한국적인 정서를 담백하게 표현해 자연스럽게 감정 이입을 이끈다.
더불어 '미나리'는 제이콥, 모니카, 의젓한 큰딸 앤(노엘 케이트 조), 데이빗, 순자까지 어느 캐릭터 하나 자극적으로 소모하지 않고 쓰임새 있게 활용하며 '원더풀' 하지 않은 구석이 없다.
'미나리'는 오는 3월 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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