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저임금인상안, 투표 하루 앞두고 제동걸렸다
[경향신문]
최저임금을 15달러(약 1만6860원)까지 인상하는 법안을 코로나19 경기부양안과 연동해 처리하려던 미국 민주당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CNN은 25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맥도너 미 상원 사무처장이 경기부양안에 최저임금인상안을 포함할 수 없다는 해석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미 하원은 26일 1조9000억달러(약 2135조원) 규모의 경기부양법안 투표를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타격을 입은 경제를 회복시키겠다는 법안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강력하게 추진한 ‘1호 법안’이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25일 주지사들과의 화상 회의에서도 경기부양안 통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염병이 가져온 경제적 피해는 이 나라를 잔인하게 찢어놓고 있다”며 “우리는 국민들이 불필요하게 고통받는 것을 지켜보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 바이러스를 처리하는 것만큼 공격적으로 경제 피해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이미 반대 입장을 표했다. 특히 경기부양안에 최저임금 인상안이 포함된 것을 비판했다. 공화당은 최저임금인상안은 예산관련 정책이므로 경기부양안과 함께 처리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경기부양안은 포괄적인 특수법안이므로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경기부양안을 처리할 때 예산조정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상원에서 법안이 통과되려면 100표 중 60표 이상을 얻어야 하는데, 경기부양안에 예산과 세제관련 정책이 포함됐기 때문에 예산조정권을 발동해 50석만 확보해도 통과시킬 수 있다는 계획이었다. 민주당에서 이탈표 없이 50표가 나오고, 공화당에서도 50표가 나오면 캐스팅보트를 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한표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투표를 하루 앞둔 25일 미 상원의 고문 역할을 하는 사무처장은 양측의 의견을 다 수렴한 결과 공화당의 손을 들어주는 결정을 내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실망스럽지만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척 슈머 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실망스러운 결정”이라며 “민주당은 수백만 노동자와 가족들을 위해 최저임금인상 투쟁을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민주당의 전략적 실패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상원 사무처의 결정은 공화당의 반대를 피하기 위해 경기부양안을 빠르게 통과시키려던 민주당의 전략이 위험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보도했다. 또 “바이든 정부가 백악관과 상·하원 모두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공화당의 반대를 거슬러 공약을 이행하는 것은 여전히 엄청난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안은 현재 시간당 7.25달러(약 8149원)인 연방기준 최저임금을 2025년까지 15달러로 올리겠다는 방안이다. 미국은 연방정부가 각각 최저임금을 정하는데 연방정부 기준은 주별 최저임금의 최저선 역할을 한다. 50개 주 가운데 29개는 최저임금이 연방 기준보다 높고 나머지는 연방 기준과 같다. 2009년 이후 연방정부의 최저임금은 오른 적이 없다. 최저임금 인상안은 민주당 내에서도 이미 이견이 나왔다. 조 맨친 민주당 웨스트 버지니아주 상원의원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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