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검사 "'수사·기소 분리 세계적 추세'는 의미 왜곡"

류영욱 2021. 2. 26.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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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검사회의 개최 제안도
"외국 사례 일부만 인용해 왜곡"

더불어민주당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도입해 검찰의 수사권을 떼어내는 법안을 추진하자 검찰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안을 추진하는 측에서 수 차례 강조해온 "수사·기소 분리는 세계적 추세"라는 주장이 왜곡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수사·기소 분리'를 논의할 전국 검사회의를 개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26일 구승모 대검 국제협력담당관(46·사법연수원 31기)은 검찰 내부게시판에 '주요 각국 검찰의 중대범죄 수사'라는 글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구 담당관은 "최근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전 세계적 추세'라는 주장과 함께 법안 개정 논의가 진행중"이라며 "제도 개선에 있어 외국 제도를 살폅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외국 제도를 전체적으로 보지 않고 제도의 일부분만 인용하거나 또는 실무를 고려하지 않고 법조문만 인용해 그 의미가 왜곡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형사사법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정하는 논의를 할때 부정확한 사실에 기초해 성급히 결정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지난 24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대전 중구 대전보호관찰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수사·기소 분리는)어느 특정 국가의 제도를 말할 것이 아니라 이는 세계적 추세"라고 말했다.

구 담당관은 각국의 예를 들며 검찰의 직접수사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경우 연방 차원의 중대 사건에 대하여는 연방검사가 수사개시 결정권한을 가지고 처음부터 연방수사관들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영국의 중대범죄수사청(SFO)은 복잡한 경제범죄, 뇌물 및 부패사건에 대해서는 일반사건과 달리 수사개시부터 검사와 수사관이 하나의 기관안에서 협력할 필요가 있어 수사와 기소를 통합시킨 기관"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이다. 지난 17일 황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중수청은 영국의 SFO를 모델로 한다. 영국에는 중대범죄를 다루는 특별수사기관이 설치돼 있다"고 말했다.

구 담당관은 독일·일본 등도 검사가 중요 부패범죄·경제범죄 등에 대해 직접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복잡한 중대범죄의 수사에서는 수사단계부터 공소유지를 염두에 두고 수사를 하지 않으면 당연히 유죄선고를 받기 어렵다"며 "때문에 주요 국가들은 중대범죄에 있어서는 최대한 유기적으로 수사와 기소 기능을 통합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박철완 대구지검 안동지청장(49·27기)도 검찰 내부게시망에 '수사·기소 분리'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글을 게시했다. 그는 "수사기록만을 가지고 기소 여부를 판단할 경우 소위 절차적 객관성과 공정성은 확보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 결정을 도출하는데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또 "(분리로) 권한이 분산될 때 범죄 대응 능력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지고 오는 것은 분명하다"며 "부작용을 상쇄할 제도적 장치가 도입되지 않으면 범죄자들에게만 유리한 제도 변경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 지청장은 '전국 검사회의' 개최도 제안했다. 그는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설치 여부는 정상적 형사사법시스템의 유지 여부에 직결되는 중요한 일임은 검사라면 누구나 동의할 것"이라며 "이 사안에 대해서는 평검사회의가 아니라 전국 검사회의를 개최하여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이르면 다음주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대검은 전날부터 이에 대해 일선 검사들의 의견수렴에 착수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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